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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슬비 May 22. 2020

책 읽는 여자는 어디든 갈 수 있어

세상에 독서에 관한 책은 많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독서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읽을 것인가’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넘쳐나는 책들은 모두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독서에 대한 조언들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니다. 20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보다 더 높은 수준일 독자들에게 감히 조언을 하겠는가. 독서를 효율적으로 하는 법 같은 건 나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을 테고, 궁금하시다면 시중의 책들을 읽어보시면 좋다. 나도 그런 책들을 읽으며 나만의 독서법을 찾아가는 중인 독자이다. 그럼 독자로서 평론을 하려는 것이냐, 그렇다고도 못하겠다. 나는 문학의 작품성에 대해 잘 모른다. 가끔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책들이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다. 그럴 때면 아직 미숙한 독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나는 그저 나의 삐딱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범한 20대 여성으로서의 독서. 조금만 있으면 우리나라 경제 허리가 될 수많은 20대 중 하나로서, 인구의 반이나 되는 여성으로서의 독서. 전문가로서 작품성은 잘 모르겠고, 불편하고 싶다. 세상은 불편함이 바꾸었다. 불편하기 때문에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이루어졌다. 불편하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불편하고 싶다. 그리고 여성도 야망을 가지고 독서를 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한참 유행했던 말이 있다. Girls can do anything. 사실 당연한 말 아닌가. 사람은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왜 주어가 여성이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게 다른 걸까. 이 말은 유리천장, 유리 절벽, 경력단절 여성 등의 문제에서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아직도 남은 여성으로서의 제약을 함께 무너뜨리자는 연대감,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이 섞여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20대인 나에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었다. 이 말은 언뜻 남아선호 사상의 붕괴를 뜻하는 것 같다. 남아선호 사상 속 남아는 어깨에 진 짐이 덜하다. 그저 남아가 선호되었을 뿐이니까. 효는 남아가 아닌 며느리가 요구받았으니까. 그러나 ‘열 아들 안 부러운 딸 하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열 아들의 며느리만큼의 효도. 그래서 한국의 딸의 어깨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한국의 딸들을 멀리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 중에는 그런 짐들이 있다. 딸 특유의 부채감, 그 부채감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딸들을 잡아놓곤 한다. 그래서 Girls can do anything은 야망을 가진 소년만큼이나 부채감 없이 날아갈 수 있는 소녀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통해 어디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어디로든 가려면 우리는 지도가 있어야 하고, 지도를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고, 어디든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소설책은 세상이고, 수필은 지구본이고, 시는 지도의 축적이고, 인문·사회·과학책들은 지도이며, 철학책은 지도를 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무기로 뚜벅뚜벅 어디든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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