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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Sep 19. 2024

마음이 저릿한 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문구가 생각이 난다. 글을 쓰는 자아, 말을 하는 자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자아가 다 다르다고.

그렇겠지.. 나부터도 그날 그 시간의 기분에 따라서,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 말투부터 달라지는데.. 그럴 때는 나 자신이 페르소나를 지나 다중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글은 그 사람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글은 머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과 머리, 신체 반응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현실을 살아가기에 세속적인 생각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놓는 건 또 별개의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오래되고 깊은 친구 사이에나 할 법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듣고 나니, '역시 사람은 속을 알 수 없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외양과 말뿐만이 아니라 글도 언제든지 글 쓰는 이의 의도에 따라 '조정' 내지는 '조작'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치유의 과정을 겪은 내 경험은 그저 나만의 편협한 '경험 조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좋게만 보고 쉽게 믿는 속성을 가진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얻은 경험치는 '저 사람의 말 뒤에, 저 사람의 미소 뒤에 진의는 무엇일까?'라는 의심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만은 '온전하고 손상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것 또한 나만의 '경험 조각'의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저릿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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