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집에 돌아와서 양팔이 칼에 베인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었다. 그까짓 일이 뭐 그리 큰 일이라고 신체에 통증까지 느껴졌나..나도 참 '할많하안'이구나.
이틀 동안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 브런치 알람이 떠도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날이 선선해지니 글이 읽고 싶어졌다. 띄엄띄엄 읽고 있던 책을 들고 카페에 가서 모처럼 핸드폰의 방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읽다 보니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필요한 글귀들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브런치 작가님들 글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줄줄이 떠 있는 알람들을 타고 브런치 스토리로 들어갔다. 짧은 글, 긴 글, 슬픈 글, 웃픈 글들이 내 가슴에 와닿았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의심의 눈초리를 두어야 하지?‘
'응..역시 난 모자란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배시시 입가에 번졌다.
해 질 무렵 여기저기 책을 찔러 넣은 거실 책장을 보니 오래되고 해묵은 감정을 끌어안고 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당장 이것들을 정리해 버려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알라딘 중고서적 판매 방법'을 검색했다.
알라딘 앱을 다운받고 팔고 싶은 책들의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해서 '매입가능'한 책과 '매입불가'인 책을 구분해서 쌓았다. 소장하고 싶은 책, 인상 깊었던 책들만 일부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를 했다. 커피 관련 잡지책들과 자격증 시험 자료들도 싹 정리해서 매입불가 책더미에 얹어 놓았다.
잰걸음으로 집 앞 마트로 가서 배송 포장 규격에 비슷한 크기의 박스 두 개를 집어왔다. 박스당 책 중량이 10kg 이하여야 된다고 규정에 나와 있어서 체중계로 각각의 박스 무게를 쟀다. 하나는 10kg, 다른 하나는 6.7kg이 나왔다. A4용지에 판매 번호와 책 무게를 적어 각 박스에 붙였다. 박스를 질질 끌고 밀면서 현관문 앞에 내다 놨다.
체중계를 제자리에 다시 갖다 두려고 내 방에 들어갔더니 책이 또 책상 위와 작은 정리대 위에 한 뭉탱이씩 쌓여있다. 허리가 아프기도 했고, 읽다 만 책들과 남길 책들을 또 솎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오늘은 더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민소매 원피스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서늘한 바람에 팔이 추웠다.
아, 개운하다. 머리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다 버린 책 속에 묵은 감정도 아픈 인연도 같이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