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즘 재미 들린 Thread

by hotlionheart


한 2주 정도 집에만 있으면서 감기를 앓고 났더니, 약 타러 병원을 잠깐 왔다 갔다 하는데도 어지러워 외출을 더 못 하고 있다. 그 사이 날씨는 한 여름의 낮 더위가 되기도 하고, 어두컴컴한 날에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 집안일을 하는 것 외에는 소파와 침대에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때맞춰 약을 먹는 게 주요한 일이다.


근로소득이 없어진 나는 다달이 들어오는 얼마간의 오피스텔 월세를 써버리는 게 아까워져서 주식에 더 몰두를 하게 되었다.

새벽 6시 미국장 분석을 들으며 잠을 깨고, 아침 9시와 오후 3시 전후로 국장 분석을 듣고, 밤 9시가 넘으면 다시 미국장 분석을 듣고 있다. 짧은 텀으로 반복되는 악재와 호재 속에 출렁이는 주가를 보며, 이제는 애널리스트들의 멘트를 외울 정도가 되었다. 마이너스인 국장과 플러스인 미국장을 더하면 제로섬이 된다. 그래도 이거라도 안 하면 나가서 놀지도 못하는데 심심해서 더 병이 날 것 같다.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아이디만 만들어 놓고 들어가 보지 않았던 Thread에 접속을 하게 되었다. 여기는 '새벽반'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늦은 밤에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나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놀이터라고 할 정도로 피부과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 홍보글들이 많았다. 읽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어떤 날은 한의사가 글 하나 잘못 올렸다가 의사들한테 집단으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남의 집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더니 꿀잼이 따로 없었다. 신세계였다.


요즘 부쩍 개원의들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외모가 좀 되는 의사들은 연일 자기 사진을 올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 개원한 사람들은 개원할 때 받은 대출도 갚아야 되고, 개원한 지 좀 된 사람들은 더 환자수 아니 고객수를 늘려야 되니, 의사 개개인이 마켓터가 된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피부과와 성형외과, 정형외과 그리고 안과 정도만 살아남은 것처럼 보인다.


다른데 아프면 어디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되나 좀 걱정이 되면서 재미 뒤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