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이번에 총 8박 9일 동안 입원하게 되었다. 어지럼증세로 뇌신경과에 입원을 해서 척추 MRI를 찍어보고, 블러드 패치 시술도 받아봤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어지럼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전정기관, 자율신경계, 심혈관 등등 각종 검사를 받았고, 퇴원하는 날 오전에도 귀에 물을 넣고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검사를 받았다. 의심되는 병은 ‘메니에르병’이라고 했고, 관련 약을 퇴원 삼 일 전부터 복용하게 했다. 퇴원 후 약을 계속 복용하면서 어지러움증이 사라졌다. 확진은 9월 9일 외래에서 받게 된다.
우리 딸의 인생은 참 쉽지가 않구나.
검색해 보니 메니에르병은 완치가 없는 병으로, 완만한 병의 진행을 위해서는 저염식과 수면관리가 중요하다고 나온다. 그래도 외래에 갔을 때 궁금한 점, 관리 방법 등등을 의사 선생님께 자세히 여쭤봐야겠다.
두어 달 어지럼증으로 편입학원을 못 나간 데다가, 새로운 질병을 하나 더 얻게 되니, 아이가 낙담을 크게 한 것 같아 보였다.
올해는 시험을 도저히 못 보겠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는 경험 삼아 시험을 봐 보라고 했지만, 낮은 점수 나올 게 뻔한데 그런 점수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쓰라고 한다.
입원해 있는 동안 내분비과 협진을 받았다. 수술 후 언제부턴가 써오던 국산 인슐린 펌프는 이제는 원시 시대 기계가 된 듯했다. 벌써 수술받은 지 9년 지났다고 하니 그간에 의료과학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른다.
새로 나온 수입산 연속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가 서로 연동이 된다고 한다. 입원해서 그 기계를 몸에 부착하고 잘 맞는지 테스트해 보고, 교육도 받고, 집에 돌아가 한 달간 사용 후 구매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기계가 똑똑한 만큼 비싸서 본인 부담금이 ‘사백만 원’이라고 한다.
얼마나 똑똑한가 하면, 저혈당 상태가 되면 인슐린 펌프가 자동으로 인슐린 주입을 멈추어 수면 중에 저혈당 쇼크 위험을 방지해 준다. 또, 고혈당으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때는 인슐린 펌프가 자동으로 추가 인슐린을 주입해 줘서 혈당을 정상 범위로 낮춰준다.
새벽에 딸아이 방에서 나는 저혈당 경고 알람 소리를 듣고서, 허둥지둥 아이 방으로 뛰어가 아이를 깨워 쥬스를 먹이곤 했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9년 전에 나와 딸아이를 위로해 주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해주던 말이 있다. 의학과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희망을 갖자고..
고약한 암수술에 뇌하수체선종에 메니에르병까지 얻게 되었지만, 그때 우리를 위로해 주던 ‘희망의 씨앗’이 현실화되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언젠가는 이런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리라는 ‘근거 있는 믿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