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무거운 스팀 청소기를 버린 후 로봇 청소기를 "들였었다". 진공 청소와 물걸레질까지 두세 시간 걸리긴 했지만, 내 관절을 혹사하지 않아도 되니 만족하며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일"을 당했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집에서 로봇 청소기를 돌리다가 견의 똥을 피하지 못한 로봇 청소기가 똥칠을 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그 일을 당한 것이다.
그날도 로청(로봇 청소기)은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다. 별이가 배가 고파하길래 '사료를 주고 나서 변을 보는지 잘 관찰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료를 주고 나서, 잠시 스레드(Thread)에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려나..갑자기 똥 냄새가 진동을 하면서, 로청의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함께 났다. 바닥은 이미 똥칠이 되어 있었고, 갈길 잃은 로청은 여러 방향으로 남은 똥을 칠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며 얼른 로청을 뒤집어서 욕실 바닥에 눕혀 놓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며 바닥은 내가 어떻게든 닦아 놓을 테니, 로청 사이사이에 낀 개똥을 지워달라고 부탁을 했다. 너무 황당해서 별이에게 화도 나지 않았다. '쟤는 동물일 뿐인데 무슨 죄가 있으랴.' 그 잠시를 못 참고 스레드에 들어간 내가 죄인이지 싶었다.
그 이후로 언제 별이가 변을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로청을 돌리지 못하게 되었다.
오래된 마룻바닥은 때가 잘 타는 재질이었고, 특히나 주방 가스레인지 앞부분과 싱크대 앞 바닥은 묵은 때가 끼기 시작했다. 마대자루에 물걸레용 청소포를 껴서 닦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가볍고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스팀 청소기가 필요했다. 우리 집 일상 용품 창고인 쿠팡에서 가격도 적당하고, 스팀도 쎈 녀석을 찾아냈다. 어제 그 스팀 청소기가 도착했다.
주방의 찌든 때를 지우기 위해 머릿속으로 청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먼저 바닥에 세탁용 액상세제와 베이킹파우더를 뿌렸다. 그리고 물도 군데군데 조금씩 뿌려줬다. 빨래용 작은 대야에 물을 담아와서 욕실 청소용 긴 청소솔에 물을 묻혀가며 솔질을 꼼꼼히 해줬다. 찌든 때가 조금씩 불어 바닥 나뭇결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네 장의 물걸레용 걸레에 물을 적셔 짠 후 마대에 부착시켜 남은 세제와 구정물을 닦아내길 네 번을 반복했다. 그래도 가스레인지 앞부분은 아직도 기름 떼가 남아있었다.
이제 스팀 청소기의 차례가 왔다. 스팀 청소기의 물통에 물을 채우고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십 초도 안 돼서 스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교적 깨끗한 바닥부터 스팀 걸레질을 해주고, 오염이 남아있는 부분은 스팀을 충분히 쏴주면서 걸레질을 반복했다. 드디어 오염이 사라지고 환해진 나무바닥 원래의 색이 나왔다. 역시 스팀 청소기가 최고다.
이미 땀범벅이 된 나는 더러워진 걸레들을 모아 세제물에 담가 놓고, 환해진 주방 바닥을 몇 번이고 살펴보면서 속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쉬면서 집안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찌든 떼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택배를 쌓아두던 중문 앞 마룻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얼룩덜룩한 부위를 찾아낸 것이다. 한 번씩 뭔가에 꽂히는 나는 신이 났으나 체력의 한계로 어제는 그냥 지나쳤다.
오늘 아침부터 운동을 갈 것인가 저 중문 앞 얼룩 떼와 또 발견한 식탁 밑 얼룩 떼를 없앨 것인가 계속 갈등을 했다. 결국 청소 당첨!
어제와 같은 프로세스로 얼룩 떼들을 불리고, 솔질하고, 물걸레질을 한 후 스팀을 팍팍 쏴줬다. 아우 개운해라! 내친김에 물걸레 청소포로 앞베란다, 뒷베란다, 현관 타일을 닦아줬다. 청소가 끝난 걸레들까지 다 세탁한 후 나는 또 청소한 부위들을 둘러보며 주부의 뿌듯함을 느꼈다.
기특한 나여..이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