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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 여사장님

by hotlionheart


지금 이렇게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스쳐 지나가는 거 보니 가을도 막바지인가 보다.


이제 영하로 내려가면 미루고 미루던 자동차 실내세차를 못 할 것 같았다. 연일 파란불이 켜진 주식장을 뒤로하고 집에서 나와 차를 끌고 행정 업무를 봤다. 업무를 마치고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손세차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깡마른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는 손세차장이다. 다닌 지 한 3~4년 된 곳인데, 나한테 영업을 잘하셨던 건지, 갈 때마다 "목소리가 곱고 예쁘다. 공주님 같다"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그 여사장님은 밑에 남자 직원 둘을 거느리고 일을 하시는데, 한여름의 땡볕과 한겨울의 칼바람을 다 받아낸 얼굴 피부는 거칠고 거뭇거뭇했었고, 목소리는 그에 못지않게 더 거칠었었다.

나는 그 멘트를 들을 때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었고, 서로 농담 한두 마디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었다.


작년 여름이었던가 세차장 귀퉁이에 있는 작은 사무실 안 소파에 여사장님이 누워계셨었다. 어디가 편찮으시냐고 했더니, 평생 이 일로 혼자서 자식 셋을 교육시키고 키웠다면서, 이제는 힘이 부친다고 하셨다. 여사장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 말을 듣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해버렸다. 얼마나 말도 못 할 일들이 많았을지 사장님의 눈동자가 얘기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뵌 여사장님의 얼굴과 몸은 더 작고 볼품이 없어져 있었다. 어디 안 좋으시냐고 물었더니 갑상선이 안 좋다고 하셨다. 조금 더 지나면 그 마른 몸은 사그라져 없어져 버릴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평생 몸에 밴, 군더더기 없는 몸짓으로 순식간에 세차를 끝마치고, 카드결제까지 야무지게 해내시고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셨다.


자꾸만 눈이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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