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창 시절 무척이나 공부를 못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누구보다 악착같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오죽하면 엉덩이 힘은 전교 1등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노력에 비해 수능시험 결과는 참담했다.
내 꿈의 대학은 항공대학교였고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지방대 경영학과에 겨우 진학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지방대의 캠퍼스 생활도 1년으로 끝이 났다.
군입대 후 직업군인의 길을 걷겠다며 병과에서 부사관으로 신분전환을 했고 군복무 중에 휴학했던 대학교는 이제 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만 자퇴를 해버렸다. 그 선택으로 나의 최종학력은 '고졸'이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 바라는 대로 흘러간다면 그것이 인생이겠는가...
군복무 중 나는 항공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목표가 생겼고 그 길로 바로 전역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군생활 4년 내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겨우 채워 4년제 학사학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짧은 병과 복무기간을 다하고 다니던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길을 제쳐두고 군에서 얻은 학점은행제를 통한 졸업장이라니...
나의 마지막 꼬리표나 다름없던 '고졸' 신분은 '대졸'자로 바뀌었지만 그건 이름만 대학 졸업장이지 사회에서 직장을 구할 때마다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면접에서 나를 괴롭혔다. 한 번은 전역 후 내가 원하던 OO항공에 지원하였고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면접도중 받게 된 질문은 나를 더욱 자신 없게 만들었다.
"학위를 학점은행제에서 받았으면 실제로 학교를 다니지는 않으신 거죠?"
"학점은행제가 어떤 대학인가요"
"외고까지 나오셨는데 어떻게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받게 되었나요?" 등등...
질문자들의 질문은 나름 정중하게 한다고 하지만 이건 뭐 나에겐 그저 학점은행제로 받은 학위를 우리가 어떻게 인정해 주냐는 질문으로 느껴졌다. 공군에서 배우고 쌓았던 경험들이 항공사로 입사하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란 장밋빛 기대가 어느 순간 패배의식 가득 찬 자신감 없는 취준생으로 만들고 있었다.
군에서만 6년 가까이 있다 보니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스펙의 정도를 간과했던 게 큰 문제였고 현실적인 취업문턱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4년 군생활 내내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력조건을 채운다면 나에게도 취업의 문은 열리겠거니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었다. 전역 후 사회에 나가있는 몇몇 선배들은 전역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일관된 조언을 해주었다.
"전역 후 사회 나가면 정말 살아남기 힘들 거야, 악착같이 살아도 살아남기 힘든 곳이 사회야."
이 말은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보내던 나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치열하게 열심히 4년을 보냈던 나는 전역 후 사회에 나가서도 잘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참 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건지...
26살 12월 1일 나는 공군에서 전역 후 몇 번의 항공사 취업도전에 실패했다. 그렇게 도전해보고 싶었던 항공운항관리사의 꿈은 그렇게 나에게 멀어져 갔다. 전역 후 후회한 게 있다면 정규 대학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고 자퇴를 한 것이다.
이 후로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는 최종학력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변함없는 나의 스펙에도 불구하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해왔으며 끊임없는 도전과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원하는 길을 걷기 위해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그 것을 얻기 위해 행동으로 옮겼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