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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기세상 Mar 07. 2024

인생은 끊임 없는 도전의 연속

또 다시 벗어난 안전지대

9. 디딤돌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항공사의 심장, 운항통제실에서 근무한 지 4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 나는 또 한 번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대근무 환경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근무스케줄이 아이가 없던 신혼 때는 시간을 활용하고 운동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으나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면서 더욱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야간 근무 퇴근 후 잠을 청해야 되는 시간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다음날 근무에도 지장을 주었고 몸이 힘들다 보니 짜증만 늘어갔다. 나에게 또 한번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꼭 서울권 항공사로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고 서울권 소재 항공사 운항기술 업무 분야의 경력직 공채가 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또 한 번의 용기가 필요했다. 운항기술 업무라... 군경력과 조업사 경력 그리고 운항관리 경력까지 더해진 나는 경력을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내용으로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제출하기 엔터를 눌렀다.



4년 만에 또 한 번의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찾아왔다. 경력직으로 지원한 서울권 소재 항공사에 최종 합격한 것이다. 이제는 운항관리사가 아닌 또 다른 분야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현재의 울타리 내에서 머물러 있기보다는 언제나 셀렘과 기대감을 안고 한 발자국 내딛는 노력을 해왔다. 고민하고 망설이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하는 시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나에게는 익숙했다. 어릴 적부터 억척같이 힘든 인생을 살아내신 할머니와 부모님을 보며 자란 탓에 나는 항상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노력하는 길 뿐이란 걸 몸소 체득하며 자라왔다.



나는 공군에서는 대한민국의 넓은 영공을 비행하는 민항기와 군용기의 눈이 되어 주었고, 5년 6개월 간의 군복무에 보상을 하듯 전역을 하고 호주로 날아간 나는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렸다. 그리고 어느 중소기업의 공장에서는 생산라인의 이모님들 말벗이 되어 노동자들의 애환을 들어주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며 조금은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조업사에서는 항공기들의 로드마스터가 되어 항공기 기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운항관리사로서 조종사와 함께 비행 한편 한편을  Release 하기 위해 비행의 전 과정을 준비하면서 운항분야에 좀 더 깊은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기러기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경험한 별도움 안될 것이라 여겼던 짧은 경험들을 디딤돌 삼아 새로 옮긴 항공사에서 또 다른 항공 분야의 첫발을 내딛으며 배우게 된 업무는 운항기술 분야이다. 항공기의 도입 및 송출, 중정비, 운항 등 모든 과정의 기술적인 업무와 매뉴얼 인허가를 위한 대관업무를 새롭게 배워야했다.



공군에서 쌓은 관제 및 공역통제 경험은 항공기의 운항과 노선분석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조업사에서 배운 무게중심 업무는 비슷한 업무를 익히는데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한 운항통제 경험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반적인 운항기술 업무를 수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신이 되어 주었다.



약 10년간의 현장 경험과 느낌을 떠올리며 나는 이곳에서 매일매일 배운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세상은 우물 이었고 나는 한낱 개구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내딛을 때마다 겪는 낯선 불편함과 배움에 대한 노력은 그저 피하고 싶은 존재가 아닌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미래의 멋진 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고 여겨질 수 있는 일상을 나는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매일이 어제의 반복이며 내일도 오늘의 반복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 나에게 펼쳐질 하루는 어제와 다른 경험과 느낌, 생각을 가지게 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다른 일상을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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