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의 책을 썼다. 가장 최근에 쓴 건 『표백의 도시: 도시재생이 외면하는 것, 젠트리피케이션(유음, 2018)』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일컫는 '원주민 내쫓김 현상'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설명하는 책이다. 책은 단 하나의 가치를 따른다. 바로, 비판이다. 요컨대, 『표백의 도시』는, '작정하고 쓴 도시재생 비판서'다.
어제, 『표백의 도시』를 읽은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독자 이메일의 성격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항의. 둘째, 응원. 셋째, 문의. 어제 온 이메일은 응원이었다. 흥미롭게도, 『표백의 도시』를 읽고 응원 이메일을 보낸 독자 대부분은, 저자의 안부를 묻는다. 저자가 책에서 실명 거론 비판까지 불사하니, '어쩌면 저자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등의 걱정을 하는 것이다. 보통 이렇게 답장한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도시재생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는 밥 주는 주인을 향해 짖지 않는다. 본인 생계와 결부된 사항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중에서 '도시재생 전문가의 도시재생 비판'을 접하기 어려운 이유다.
두 번째 도시재생 비판서 집필을 시작했다. 이번 책은 '배제'를 문제로 삼는다. 도시재생은 '주민 참여'를 강조한다. 그러나 결코 민주적이지 않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우리 동네에는 어떤 주민이 사는가?" 젊은 주민, 늙은 주민, 여성 주민, 남성 주민, 중년 주민, 회사원 주민, 장애인 주민, 비(非)장애인 주민 등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작금의 도시재생은, 그 집단 모두를 포용할까? 그렇지 않다.
책의 목차를 '부>장>절'의 구조로 짰다. 부는 1부와 2부로 나눴다. 1부의 주제는 '도시재생이 배제하는 주민'이다. 2부의 주제는 '그 외 주민'이다. 2부에서 다루어지는 주민이, 도시재생의 '진짜 수혜자'다. 1부 1장의 제목은 '세입자'다. 1부 1장 1절의 제목은 '주거 세입자'다. 세입자, 그중에서도 주거 세입자가, 소위 '도시재생 지역'에서 배제되는 가장 대표적 집단이라서 취한 조처다.
이는 '이사' 문제로 접근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주거 세입자는 2년마다 이사한다. 주거 세입자의 2년 주기 이사 현상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거 세입자를 2년만 보호해줘서 그렇다.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주거 세입자에게는, 모든 동네가, '곧 떠날 동네'다. 그런 주거 세입자에게 도시재생이라니, 가당찮다.
사실 세입자 배제 문제는, 도시재생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요즘 거의 『월간 윤종신』처럼 발표되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을 보자. 거기에 세입자 대책이 있던가? 온통 집을 사고, 팔고, 공급하는 내용밖에는 없다. 이런 의구심이 든다. '혹시 정부는, 세입자의 지위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열등∙시련의 상태로 여기는 건 아닐까?'
서울시라고 다르지 않다. 특정 지역의 개발은, 그 지역 건물주에게는 집값 상승의 '호재'지만, 그 동네 세입자에게는 임대료 상승을 유발하는 '악재'다. 만약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입자의 입장을 고려할 줄 아는 이였더라면, 애초에 '여의도∙용산 마스터 플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 시장의 강북 옥탑방 한 달살이 결론이 '강북 개발'인 건 코미디다. 아무래도 박 시장은 모르는 것 같다. 옥탑방에서 내쫓긴 세입자는, 고시원으로 가야 한다는 걸.
도시재생의 시대다. 수백억 원의 공적 자금이 도시재생 지역에 투하되고 있다. 따져 물어야 한다. "어떤 주민을 위한 도시재생인가?", "어떤 주민이 배제되고 있는가?" 비판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