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사진일기-2024
아침부터 분주히 가방을 챙기고 나섰다. 오늘은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이 남한산에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고 나는 남한산성이 좋아지려 하고 있다.
남한산성이 남한산에 있구나!
이건 마치 ‘조강지처를 버리면 패가망신이야’라고 하는 당연하지만 머릿속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은 쓸데없는 지식과도 같을진대. 그것에 감동되어 나는 주위 여럿에게 내가 깨달은 지식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알고 있었어? 남한산성이 남한산에 있데?
그들도 똑같았다. 당연하지만 머릿속에 없는 지식이라고 해서 꼭 감동해야만 할 필요는 없었다. 슬핏 나를 보더니 자기들 하는 일로 이내 눈을 돌린다. 저 녀석 지금 속으로 ‘뭔 소리래’ 하는 거지?
그래, 어쨌든 나는 오늘 남한산성을 두 번째 다녀온다.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은 잔뜩이고 내리면 마치 스콜처럼 퍼붓는, 장마철이 거진 다 끝나가는 24년 7월의 마지막이다. 그러니까, 걷기에는 엄청 후텁지근한 날이라는 거다.
뭔 대수야 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마포에서 경기 위례 산성역까지 달렸다. 달리는 내내 밖이 폭염인지도 모르고 유튜브에 빠져있다가, 밖을 나오는 순간 허걱했다. 정말 덥구나.
어디로 해서 가야 하는 거지? 지난번 그 코스는 아니잖아
일단 남한산성 방면으로 쭈욱 걸었다. 여기저기 공사 중에 도로는 뜨겁고, 차들은 많고. 그 안은 시원하겠구나 부러워하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러다, 산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도로를 타고 갈 수는 없고, 성남 ‘누비길’이라고 해서 흙길과 나무 데크를 타고 한참을 걸었다. ‘아! 목말라. 물이 없네’
물을 안 가져왔다. 사실, 나오면서 그렇게 계획을 상세하게 짜거나 하질 않았다. 사막도 아니고, 가다가 죽겠냐고 혼자 궁시렁대며 걷는데 저 앞에 생수 파는 용달차 하나가 서 있다. 생수 하나에 2000원. 콜! 외치며 하나를 사서 벌컥벌컥 들이켜는데, 옆에 크게 써 붙인 ‘열무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아줌마! 이거 시원해요? 아니, 열무국수가 뜨거우면 어떻게 팔아?
내 질문에 아줌마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한 그릇 주세요. 주문이 들어가니 신이 나신 듯, 분주하게 국수를 삶고 열무를 부어 얼음 동동 띄어 내어 오신다. 아이고, 맛있구나.
산성역에서 남한산성 ‘남문’까지, 약 4~5km를 걸어 도착했다. 이제부터 남한산 둘레를 산성을 끼고 돌면된다. 남문 왼쪽으로 해서 일차 서문까지, 그리고 이어서 북문까지 약 3km를 걸어 돌아내려오면 다시 남문으로 이어진다. 어? 그리고 보니 동문은 어디지? 찾아보질 않았다. 너무 더워서 거기까지 갈 생각도 없고. 오히려 동문을 아는 순간, ‘아! 저까지 가봐야 하나?’ 하는 아쉬움에 내 발걸음을 등 디밀 것 같았다. 이럴 때는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한산성을 한 바퀴 뱅 돌고 다시 남문을 통해 남한산성공원까지 내려왔다. 정말 덥구나. 여름에 한두 번 걸어봤던 것도 아닌데, 마치 처음인냥 지친다. 그래도 사진 건지고, 기억도 건지고. 나중에 필요할 ‘워킹코스메이커’를 위해 오늘도 움직였다. 하루가 그렇게 간다.
- 끝
<Mapogundal’s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