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과 부쩍 말다툼이 늘었다. 엄마가 하는 말이 틀렸다며 도전장(?)을 내미는 아들에게 나는 틀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당당히 맞섰다.
"엄마가 하는 말의 82%가 틀린 말이야!"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니 꽤 신뢰감이 생긴다. 그러나 지지 않고 말했다.
"엄마가 틀린 말 한 게 뭔지 말해보라니까~"
"지금은 생각이 안 나지만.... 엄마가 틀린 말 하면 그때 말해줄게!"
그땐 그냥 할 말 없으니 저러는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밖에 나갈까?" 모처럼 날씨가 좋아 두 아이랑 산책이나 다녀올 생각에 물었다.
" 엄마 나는 그냥 집에 있을래! 동생이랑 둘이 다녀와~" 작년까지만 해도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녀석이 요즘은 툭하면 둘이 다녀오란다. 엄마랑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게임하거나 유튜브 보는 게 더 재미있어 그러는 것 같아 한마디 했다.
"너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으려고 그러지?"
그러나 아이는 '요놈 잡았다~' 하는 표정으로
"엄마 방금 그 말이 82%에 해당하는 말이야!"
"뭐??"
"난 그냥 피곤해서 집에서 쉬려고 하는 건데 엄마는 내가 게임할 생각에 안 나간다고 말하잖아. 그게 틀린 말이라고!"
순간 당황해서 말을 못 잇자 아이는 통쾌하다는 듯 씩- 웃는다.
"먹고 난 거 안 치우고 누가 여기 올려놓으래? 너 맨날 귀찮아서 안 치우지?"
"엄마, 그 말도 82%!!"
"뭐?"
"내가 깜빡 잊고 못 치운 건데 엄마는 내가 귀찮아서 일부러 안 치운 거라고 하잖아. 그거 틀린 말이라고"
이렇게 아이는 엄마의 틀린 말 찾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을 듣다 보니 내가 하는 틀린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쟤는 분명 이럴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하는 말, 단정 짓는 말들이었다.
"네가 동생 먼저 약 올렸지?"
"너 게임 하고 싶어서 그러지?"
"분명 네가 여기다 놨을 거야. 그렇지?"
이유를 물어보거나 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내 맘대로 해석하고 판단해 버리는 말해왔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알았다. 평소 내가 이런 말을 이렇게 자주 하는지 처음 깨닫고 흠칫 놀랐다. 그제야 아들이 자주 하던 '억울하다'라는 말도 떠올랐다. 반대로 남들이 나에 대해 이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 말을 했다면 나 역시 억울하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설령 내 짐작이 맞다 하더라도 그런식으로 말하면 상대방은 인정하려 하지 않을것이다. 오히려 반발심만 더 키울 지도 모른다. 난 범인을 잡는 형사가 아니니까.
"엄마가 틀린 말 많이 한 거 인정!"
쿨하게 인정하고 나니 아이는 억울함이 좀 누그러진 듯 환하게 웃는다. 이제는 말하기 전에 '이 말은 82%에 해당하나'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니 잔소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꼭 내 아이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그렇지는 않은지 조심하고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