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무한도전>은 정말 최고였다. 그 시절 우리는 토요일 저녁이면 약속도 잡지 않고 티비 앞에 모여 무한도전을 기다렸었다. 광고가 흘러나오고, 우스꽝스러운 인트로와 로고가 흘러나오고, 오른쪽 위에 걸린 무한도전 마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시간의 향수를 기억한다. 종영한지 시간이 꽤 흘렀으나 여전히 수많은 명대사와 밈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추억.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하나의 시절은 또 저물고 만다. <무한도전>이 사라진 자리에는 다른 프로그램이 편성표를 채우고, 멤버들은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우리 역시 아쉬움을 뒤로하고선 각자의 일상을 살아나간다. 오래된 추억이 저무는 일은 허전한 것이지만 모두가 앞을 향해서 한 걸음씩을 내딛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무한도전>이 정말로 끝난 것이냐고, 시즌 2는 언제 나오는 것이냐고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묻던 우리에게 불현 듯 모습을 드러낸 프로그램이 있었다. 제목은 바로 <유 퀴즈 온 더 블럭>
〈무한도전〉을 종영하고 헛헛한 마음을 채우지 못하던 어느 날. 5년을 한 작가 마음도 이런데, 13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던 유재석 씨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날도 유재석 씨와 뭘 하면 재밌을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크고 거창한 거 말고, 작게 시작해서 키워갈 만한 거 없을까? _ 5쪽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그렇게 시작했다. 유재석의 호기심을 중심으로 무작정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재석이 말을 걸어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그에게 이끌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퀴즈를 풀고, 100만원을 받으며 기뻐하고, 또 일상을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그렇게 이야기가 된다.
우리에게는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믿고 호기롭게 길 위로 나섰다. 인물 섭외도, 특별히 짜놓은 대본도 없었다. 그렇게 무작정 출발한 여정.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시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분명 ‘유퀴즈?’라는 외침에 방점이 찍힌 퀴즈쇼였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은 어쩐지 퀴즈쇼가 아닌 토크쇼가 되어갔다. 퀴즈를 시작하기에 앞서 상대에게 건넨 안부 인사는 세상 사는 이야기로 바뀌어 돌아왔다.
이야기에는 항상 기대 이상의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예상보다 솔직했고, 그들의 이야기는 막연히 생각한 범위보다 더 깊숙하게 마음에 와서 닿았다. <유퀴즈>는 점점 사람들의 이야기 수첩이 되어갔다. _6쪽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프로그램의 방식은 조금 바뀌었다. 책에 따르면 “사람을 만나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원칙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길거리에서의 즉흥성은 내려놓고,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어떻게 섭외했을지 모를 각계각층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인물들의 삶을 <유퀴즈>에서는 풀어놓는다. 사육사 강철원, 피아니스트 조성진, 대봉초 2학년 어린이들,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생태학자 최재천, 소설가 정세랑, 이삭토스트 대표 김하경, 특수청소 전문가 김새별, 판사 김동현 등등 수많은 인물들이 큰자기 유재석과 아기자기 조세호의 인도에 따라 그동안 궁금했는지도 몰랐던,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위대한 이야기가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작가 이언주가 만난 50명의 사람들
토크가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희로애락 사람 여행기
그리고 이언주 작가의 에세이집인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동안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유퀴즈의 메인작가인 그가 방송 때 미처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모아 자신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풀어놓는다. 기존에 방송에서 만났던 출연자들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프로그램을 만든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경험은 소중하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주어진 지면과 짧은 편성 시간안에 보여줘야 하는 일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그렇게 그냥 지나치지 못한 50명의 이야기를 확장하여 담아내고, 작가 특유의 관점과 인사이트를 담아 다시 정리했다. 책 속에는 방송 촬영 현장을 담은 사진 컷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유퀴즈> 바깥의 삶과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사진은 이 책의 매력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진부해보이지만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다양한 삶을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내 주변에 없던 삶의 이야기들을 듣는 경험이 어느 날에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고, 어떨 때에는 잔잔한 감동이 될 것이고, 때로는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유퀴즈>에서 매주 느끼고 있는 바로 그것. <유퀴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역시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유퀴즈를 사랑하는 당신! 사람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당신! 그리고 따분한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작가 이언주를 거쳐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찾아온다.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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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람 냄새 가득한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여정은 책에서도 계속된다. 작가 시점에서 본 출연자의 모습, 촬영 날 소소한 에피소드, 방송 이후 출연자의 삶 등을 세심하게 담아내며 진한 사람 여행을 이어가는 것. 출연자와 MC의 토크 현장을 담은 스틸사진이 곳곳에 수록되어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램 중심에 있는 이에게서 전해 듣는 카메라 안팎 이야기도 즐겁다. 방송 위클리 스케줄표, 작가 다이어리, 촬영장 소개, 비하인드 컷 등 풍성한 구성 덕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책으로 만나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책에서 소개한 순서대로 페이지를 넘겨 읽어도 좋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출연자를 떠올리며 마음 가는 꼭지를 먼저 펼쳐도 좋다.
프로그램을 즐겨본 ‘자기님’들에게는 방송의 재미와 감동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선물이,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독자에게는 이언주 표 예능을 통해 입증된 저자의 세심한 감성을 만나는 반가운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의 말
“매주 수요일 많은 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갑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낀 수많은 감정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어느 날,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어느 날 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언주 작가의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_큰자기 유재석
“대반상고! 대단히 반갑습니다, 상당히 고맙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탄생한 인사말입니다. 200화가 넘도록 저희와 함께한 모든 분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지요. 이렇게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있던 건 전부 이언주 작가님 덕분입니다. 책을 읽으니 그때 그분들을 다시 만나는 듯해 미소가 지어집니다.” _아기자기 조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