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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규 Aug 01. 2024

재즈에서 '소리'는 어디까지 음악이 될 수 있을까?

[Review] – AMBROSE AKINMUSIRE







AMBROSE AKINMUSIRE,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첫 내한공연이 7월 27일 토요일 CTS 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는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재즈 트럼페터이다. 2011년에 재즈 전문 잡지 다운비트 평론가 투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에 선정된 이후 꾸준히 평론가 투표에서 최고의 연주자로 꼽혔고, 재즈 저널리스트 협회(Jazz Journalist Association)로부터 2015년, 2021년, 그리고 올해에도 ‘올해의 트럼페터’로 뽑힌 저명한 아티스트이다. 




재즈 공연은 즉흥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가 사전에 언급했듯이 그런 측면이 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였다. 첫 내한공연 셋리스트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그는 “이 그룹과 함께라면 사전에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미 충분히 합을 맞춰온 100여개의 곡이 있기에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연주한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재즈공연은 이렇듯 아티스트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편이고 아티스트간의 합도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메인 연주자뿐 아니라 함께 공연하는 세션들을 살펴보는 것도 공연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날 앰브로스 아킨무시리 내한공연에서 드럼은 ‘저스틴 브라운’이 맡았다. 재즈와 대중음악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스타일을 능숙히 소화하여 많은 동료 음악가들이 함께 연주하기를 선호하는 아티스트이다. 




베이스는 스탠포드 재즈 워크샵, 시에나 재즈 워크샵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하리시 라가반’이 맡았다. 피아노는 그래미상에 2회나 노미네이트 된 음반, 뉴욕 타임즈의 Best of Jazz, 밴드캠프의 Best Jazz on Bandcamp에 선정된 음반 등 다양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샘 해리스’가 맡았다.




CTS 아트홀은 규모가 아주 큰 대형 공연장은 아니었다. 마이크가 설치되어있기는 했지만 공간의 규모가 작다보니 마이크로 수음된 음악을 마스터링해 골고루 연주장에 퍼뜨려주는 사운드보다는, 실제 악기가 연주되는 소리 그대로를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정 공연에서는 큰 공연장보다 작은 무대일 때 느낄 수 있는 이점들도 있다고 느꼈다. 




이번 공연에서는 눈앞에서 연주되는, 거칠고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재즈라는 장르의 특성상 현장성이 더 강조되고, 아티스트도 이번 공연에서 해당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언급했던 만큼, 아티스트와 관객이 더 많이 소통하고 호흡하기에 적절한 공간이었다고 느꼈다. 




드럼은 가볍고 경쾌했다. 그때그때 연주하는 곡의 특성에 맞게 섬세하고 경쾌하게 나아가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공간에 따라 리얼드럼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부담스럽게 들리지 않도록 밸런스를 적절히 맞춰가며 호흡했고 공연 전반을 이끌어나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를 연주하면서도 드럼이 유지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베이스는 수다스러웠다. 음역 자체를 많이 오가면서 연주했고 하고싶은 말이 많아보였다. 베이스는 어떻게 연주하는지에 따라 다른 악기들의 멜로디를 다른 방식으로 들리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베이스가 바빠질 때 음악에 생겨나는 생동감 같은 것들도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베이스가 특히 음악의 맛을 잘 살려준다는 생각을 했다. 




공간의 특성상 드럼이 강조되고 베이스가 수다스럽다보니 피아노가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고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일반적인 밴드 세선에서 받을 수 있는 느낌과는 달랐는데, 이게 재즈라는 장르의 묘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피아노가 워낙 다재다능한 악기이긴 하지만, 악기 하나하나의 주장이 강하다보니 꽤나 재미있는 양상이 드러난다고 느꼈다. 







트럼펫은 감정이 더 짙게 묻어나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금관악기의 특성이기도 한데, 금속이 진동하며 공기를 울리는 소리가 주는 특유의 표현력이 있다. 실제로 연주해본 적은 없지만 금관악기는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꽤나 어렵다고도 들었다. 강한 압력으로 진동시켜야 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더 꾹꾹 눌러낸듯한 그런 소리가 나는 느낌이라고 주변인들에게 종종 표현하곤 한다. 그런 특성이 감정을 표현하는데 유미의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연주에서도 디테일한 표현들에 집중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이기도 한 앰브로스 아킨무시리의 트럼펫 연주는 왠지 마일스 데이비를 연상시켰다. 연음을 자주 사용했는데 미끄러져내리듯이 연주하거나 쓸려올라가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방식으로 음을 자주 내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드럼의 리듬 위에 배를 깔고 누운 고양이처럼 연주했다. 유연하고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거나 사뿐사뿐 걸어가기도 하고, 우다다다 빠르게 달려나가다가 배를 깔고 누워서 냥냥 펀치를 날리는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했다.




새침하면서도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예측하기 어렵고, 흥미로운 연주였다. 이를 두고 로스엔젤레스 타임즈는 ‘확실하게 무언가 특별하고 개인적인 것이 있다.. 거대한 재즈의 비전’이라고 평했다는데, 정확히 명명하기 어렵지만 분명이 거기 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 사회적 계급 등 미국의 여러 이슈를 다루기도 한다고 한다. 재즈와 힙합 장르를 절묘하게 섞은 [Origami Harvest]나 수많은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은 2023년도 음반 [Owl Song] 등을 들어보면 그의 음악에 대한 지형도를 그려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날 아티스트는 멘트 중에 재즈가 Conversation, 대화라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나에게는 그 단어가 유독 똑똑히 들렸다. 그 대화는 악기와 악기 사이-아티스트와 아티스트 사이의 대화이기도 하고 동시에 관객들과 나누는 대화이기도 할 것이다. 무대로 구분되어 있다보니 재즈바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간혹 터져나오던 환호성과 박수 같은 것들이 우리가 아티스트에게 전해줄 수 있는 대답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그 밤에 서로 무슨 말들을 나눈 걸까. 어떤 감정들을 나눈 걸까. 내가 그 밤을 떠올리며 남는 감정이란, 묘한 소통의 감각에서 오는 만족감 같은 것들이다. 언어화되지 않은 소리들을 정확히 언어로 대응시켜 번역해서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대에서 그들은 서로 호흡하고 서로와 관객을 의식하며 연주했고, 나 역시 그 현장에서 함께 음악을 듣고, 반응하고 감탄하며 그 시간을 즐겼다.




나는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들었을 뿐이지만 동시에 내가 그들과 함께였다는 사실을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말이 아닌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이런 감각이려나.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대로 연주하는 것도 아닌 음악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재즈라는 장르, 그것도 직접 경험하는 재즈 공연만이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재즈앨범과 음원을 찾아서 듣는 것도 훌륭한 경험이지만 재즈 아티스트와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나누는 경험은 언제나 소중하다. 내가 재즈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 대해 한 가지를 더 남겨두자면, 두어 곡 정도에서 약간의 전위적인 시도들이 있었다. 흔히 사용되는 스케일과 아름답게 소리내는 기술을 충분히 숙달해낸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것을 자꾸만 시도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재즈라는 장르에서는 보다 폭넓은 스케일과 화음들을 사용하고, 일반적으로 불협으로 여겨지는 음들도 맥락성을 통해 의도를 가진 음악의 일부로 녹여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재즈에서 ‘소리’는 어디까지 음악이 될 수 있을까? 현이나 악기의 몸체를 긁는다든지, 금관악기의 입구를 막아놓은 듯한 소리를 낸다든지, 음이라고 부르기 어렵고 ‘소리’라고 칭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어디까지 음악이 될 수 있나 고민하게 된다. 




잠시였지만 음악에 전위적인 소리와 시도들이 섞여드는 것을 보고 나는 새로운 질문을 또 안게 되었다. 전위성이 이번 공연의 핵심적인 주제가 아니었음에도 재즈 공연들을 보다보면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이건 자연스러운 것인가, 이런 시도들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고, 어느 방향을 향해서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재즈라는 장르에서만큼은 불협과 다양한 리듬을 넘어 독특한 ‘소리’들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도 있을까? 나는 기대와 의구심을 가지고 우선은 마음 한켠에 호기심이 새싹을 피우고 자라도록 둔다. 좋은 음악으로 보답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앰브로스 아킨무시리가 세계적으로 재즈 장르에서 인정받는 연주자인만큼, 가장 현재적이고 의미있는 연주과 고민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즐거웠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적 세계들을 지켜보며 또 좋은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트인사이트 전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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