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생일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몽글몽글 했다.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오늘 생일이다. 출근 후 폭풍처럼 업무를 쳐내고 있는 도중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들은 어린이집에 잘 도착했다고, 도착 후에는 엄마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어린이집을 종횡무진하고 있다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얼굴에 가득 웃음을 띠며 말한다. 역시 그는 파워 E인 것 같다고, 자기도 출근해야 할 텐데 아들을 잘 케어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뒤 나는 다시 업무로 복귀한다. 아니, 자리로 돌아가기 전 카톡으로 전송된 사진들을 본다. 사진의 대부분은 아들의 뒷모습이었다. 그는 장난감에 심취해서 정신없이 놀고 있거나, 책상에 올라가(?) 있었다. 다행히 선생님들의 표정은 '고 녀석 참 귀엽네'처럼 보여서, 안심했다. 회사였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작고 소중한 존재와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에게는 나의 일상이 있다. 생계를 위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친절하고 유능한 동료들, 내 성향과 잘 맞아 흥미로운 담당 업무를 생각해 보면 꽤나 만족스럽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퇴근할 때까지 가족과 단절되어야 하는 건 직장인이 오롯이 감당해야만 하는 숙명이자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장인은 예외겠다. 이건 직장인이 아니라 나의 숙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원격 근무 되는 직장이 얼마나 있나?
퇴근 후 아들을 실제로 마주했다. 실물이 훨씬 예쁜 그다. 왜냐하면 움직임과 목소리를 모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걸음걸이와 표정, 목소리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하여 존재의 맥락을 만든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이런 건가. 11개월 즈음부터 의사표현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는데 제법 주관이 뚜렷하다. 불편한 구석이 있으면 바로 짜증을 내며 드러누워버린다. 그런데 그 모습마저 귀엽게 느껴져서 웃게 된다. 아이를 낳기 전, 육아를 내가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음에 다행스럽다. 계속 건강한 가족으로 지내기 위해서라도 몸도 마음도 튼튼하고 싶다. 튼튼하고 싶어서 매일 사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계단을 오르고 풀업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날마다 노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