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괴로운 D라인
계절에 따라 산과 들은 변화를 거듭합니다. 아내의 몸도 자연을 닮았습니다. 계속될 것만 같던 입덧은 신기하게도 16주를 기점으로 서서히 나아지더니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두 주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할 때마다 초음파를 통해 만나는 아가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콩알처럼 보이던 녀석들은 조금씩 커지더니 머리가 생기고, 손과 발을 뻗어냅니다. 초음파 화면이 조금씩 비좁아지는가 싶더니 더 이상 몸 전체를 관찰하지 못하고 부위별로 살펴보아야 할 만큼 커집니다. 심장이 뛰는가 싶더니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이내 조그마한 손과 발을 휘젓습니다. 5개월쯤 지나면 엄마가 태동을 느끼고, 6개월쯤 되면 아빠도 태동을 느낄 수 있게 되지요.
아가들이 자라는 만큼 엄마의 배도 부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쌍태아인지라 배가 커지는 속도가 확실히 빠릅니다. 30주가 넘어가면 만삭이냐고 묻는 이웃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배만 보고도 쌍둥이인 줄 알아채는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아내의 배는 정말 커서 만삭일 때에는 혹시나 터지지 않을까 무서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배가 나오는 만큼 몸무게도 늘어납니다. 아내의 경우에는 몸무게가 14kg이 넘게 증가했는데, 대부분 배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신체는 균형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어요. 배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어깨가 안쪽으로 굽고 목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산달이 다가오면 바르게 누워도 옆으로 누워도 허리가 아파 새벽까지 뒤척이다 지쳐 잠드는 밤이 늘어갑니다. 다행히 아내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많은 임산부들이 골반 주변이 찌릿거리는 환도선다를 경험한다고 하지요.
손과 발도 붓기 시작합니다. 원인은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양수를 만들기 위해 몸이 수분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라고 해요. 아내의 발이 점점 커지더니 신발에 발이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구두는 엄두도 못 내고 운동화도 겨우 신는 수준입니다. 그나마 손과 발이 붓는 것은 참을 만 한데, 얼굴이 부으니 평소에 외모에 무감한 아내도 신경이 쓰이는가 봅니다. 아내의 머리숱이 줄어들고, 얼굴도 푸석해지니까 저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이 힘겨운 과정 속에서 주말부부였던 남편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자주 전화해서 안부 묻기. 안마해주기. 튼살크림 자주 발라주기. 집안일 열심히 하기. 끝이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해도 해도 부족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어쩌다 기분이 거슬려서 퉁명스럽게 말하고 나면 하루 종일 미안하고 민망했어요. 아내들은 이 기간에 서운하게 하면 평생 기억한다고 하지요. 제 생각에는 남편들도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지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