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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하 Jul 21. 2021

승질이 나지만 딱히 방법이 없어 그냥 읽습니다

2021.07.21(수) #day1

[input 모아 output]

오늘 하루 읽은 것의 기록


머릿속에 계속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는 강박. 나는 매일 어쨌든 뭐라도 읽는다.

끝까지 읽고 관점을 더해 매끈한 글로 쓰려니 글이 한 달에 하나씩 나온다. 답답한 노릇이다. 흥도 안 난다.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에 한 친구의 독서 노트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이 독서교실 선생님과 노트를 한 권씩 나눠가지면서 독서 일기를 써보자는 제안에 처음에는 뭐 이런 걸 쓰나, 과연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종국에 한 뼘짜리 독서 노트는 그 친구 삶의 중요한 이야깃거리이자, 자신의 일주일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몸에 꼭 맞는 도구가 되었다는. 어린이 친구도 하는데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내 노트는 누가 검사해주는가. 브런치 유저들에게 기대어본다.


기록이 우선이지만 그래도 쓰레기를 만들 게 아니라면 콘텐츠의 3요소(fun, new, tip) 중 한 가지는 만족시켜 보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요즘 것과 거기에서 (내 의식에 흐름에 따라)끝도 없이 뻗어나가는 리스트들은 웃기진 않아도 비교적 새롭거나 유용할 것이다. 대단한 써머리는 없을 테니 간단히 힌트만 얻어가는 것으로 만족시킬 수 있기를.

 

여기서 중요한 건 정한 규칙을 깨지 않는 것인데, 세 가지만 정해 본다. 


규칙1. 무조건 주 5일 발행

- 관점이 드러나는 써머리. 잘 쓰려하지 말고 빠르고 정확하게 쓰는 연습이 먼저.

- 정 못쓰겠으면 그냥 문장 인용으로.


규칙2. 조건 제목 짓기

- 한 줄 카피인 셈이죠


규칙3. 아이템 5개 이내, 한 아이템 당 5줄 이내 

-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분량


2021.07.21(수)


<김현정의 뉴스쇼>

피아니스트 손열음 초대. 매끈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고 다정한 태도와 말투에 나도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들도 한결같네.

- 초등학교 때부터 국제 대회를 배낭 메고 혼자 다녔다. 학교 선생님이신 어머니는 가고 싶으셨겠지만 본인의 일이 있으셨고, 한열음은 자신의 엄마로서 보다 자신의 일을 가진 선생님으로서의 엄마가 더 자랑스러웠다고.

- 밀회 김희애 대사 "손열음이 대단한 건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서야. 그래야 진짜 뜨거운 게 나오지."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더 많이 알거나, 차라리 더 적게 알아야" 할 수 있는 이야기(158)"가 있다는데 동의.

아동 학대로 죽은 아이와 불우한 가정환경 등으로 감형받은(22년 복역) 피의자 양아버지에 대해

"가해자의 잔인한 범행을 ''이라는 개념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악행의 기승전결은 전혀 알고 싶지 않고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마음은 쓰이지만 잘잘못을 정확히 따져보고 싶지 않을 만큼 남의 일에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무딘 사람인 걸까? 


<우리 안의 악마>

우리 모두에게는 악이 내재되어 있고 다만 발현 여부의 차이. 책의 논지는, 악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이기에 악과 가장 잘 공존하려면 잘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악에 대해 쉬쉬하지 않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선과 악의 이분법, 악으로 낙인찍고 구별 짓기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의견에 동의. 그러나 악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까지 외면하는 듯한 태도가 설득력을 떨어트렸다. 악은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뿐인 건 너무 나이브하잖아.

(cf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악은 뿔이 하나  있는  아니라 눈이나 심장이 한쪽밖에 없는 이라 정의하는 게 맞을 듯.

그런데 아무래도 ‘선과 악’이라는 구분은 이미 감정적이다, 죄의 유무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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