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물(恩物)? 가베(Gabe)? Gifts?
가베(Gabe)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로 게벤(Geben)으로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베가봉(Begabun)이라는 독일어인데 천분·재능·천성이라는 의미입니다. 가베의 어원은 그리스어 오르메(Horme)에서 파생됐습니다. '절박하다·원동력·본능·천부적인 능력·소질·의지'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 단어에서 프뢰벨은 유아의 능력을 떠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은물(恩物), 영어로 Gifts, 독일어로 가베(Gabe)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살폈듯이 프뢰벨은 은물, 가베를 통해 유아의 능력을 계속 끌어내어 그들이 가진 천부적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말임에도 왜 구분을 지을까요? 단적으로 언어의 차이가 있고 현실적인 이유로 오늘날 교구를 제작하는 회사가 다릅니다. 제작사가 다르다면 제품의 크기도 다릅니다.(프OO,몬OOO···) 기존의 가베(=은물, 이하 가베로 통칭)와 같은 사이즈로 제작하기도 하고 다른 크기를 가진 제품도 있습니다. 열 가지의 가베 외에도 추가적으로 교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은물(恩物)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탄생했습니다. 독일의 가베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일본에 다다르고 단어의 의미에 맞춰 한자로 새로이 만들어집니다. '하늘로부터 받은 재능'이라는 뜻으로 은물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대로 우리나라에 전해져 가베, 은물 두 가지가 자리하게 됐습니다. 미국에 닿은 가베는 재능이라는 뜻의 'Gifts'로 명명되었죠.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세계 표준이 없었기에 정통 가베의 기준인 1inch(2.54cm)와 다른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은물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면서 3cm라는 단위를 갖게 됩니다. 2.54cm와 3cm를 가진 두 가지의 가베가 한국에서 성행합니다. 결국 호환이 되지 않기에 부모님들 사이에서 혼란을 오가게 되죠.
21세기가 열리고 프뢰벨 가베교육의 철학과 이론과 실제가 이루어지면서 서석남 교수의 저서, <프뢰벨 생명교육>에서는 가베의 사이즈를 2.54cm로 인정했습니다. 아이들 손에 사용되기에는 2.54cm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실제로 프뢰벨은 아이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고려했습니다. 어른들이 바라보는 편리함이었던 3cm에서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기준이 단일화된 지금에 있어서 가베와 은물의 구분은 이름뿐으로, 필요성은 없습니다.
오늘날의 가베는 정통의 가베와 다른 차이점을 보입니다. 교구 제작사에서 말하는 '준가베', '준은물'입니다. 교구 회사별로 준가베의 제품들은 상이한 차이를 보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20가지의 가베 중, 구체화된 10가지의 가베를 제외한 '작업(Occupation)'을 활용한 교구들입니다. 열 가지 가베를 통해 점, 선, 면으로 내부 세계를 표현하고 외부와 소통했더라면 작업의 단계에서는 이들을 응용하여 좀 더 심층 있는 소통을 시도합니다. 구멍 뚫기, 바느질 하기, 그림 그리기, 종이 자르기, 종이 엮기(매트 엮기), 색칠하기, 패턴 모자이크, 종이접기, 박스 공작, 점토 모형 제작으로 10가지 작업가베가 이루어집니다.
11. Perforating (Picking) - 구멍 뚫기
12. Embroidery (Sewing) - 바느질 하기
13. Drawing - 그림 그리기
14. Cutting paper - 종이 자르기
15. Weaving paper (braiding) - 종이 엮기(매트 엮기)
16. Painting - 색칠하기
17. Intertwining paper - 패턴 모자이크
18. Origami - 종이접기
19. Box construction - 박스 공작
20. Modeling clay - 점토 모형 제작
위 열 가지 작업가베는 제대로 정립된 교구가 없습니다. 준가베 1, 준가베 2의 형태로 구멍이 뚫린 단추 같은 교구와 털실로 이루어져 11~12 작업가베의 단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교구사는 10작업가베를 여덟 단계로 나누어 교구를 제작 및 판매 중입니다. 이런 작업가베 같은 경우, 10가베처럼 원형을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업가베는 10가베의 변형 및 응용된 새로운 형태를 보입니다. 아이들이 10가베를 활용하며 표현하는 모습들이 모두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학습하는 것에 대해 정형화된 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프뢰벨은 20개의 가베를 통해 오늘날의 획일화된 교육의 현장을 예견하고 경고를 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어른의 눈에서만 편했던 3cm의 가베에서 벗어났던 것처럼, 아이들 눈에서 쉽고 자발적으로 표현이 가능한 학습을 19세기의 교육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김경진 - <가베놀이가 유아의 창의성에 미치는 효과 = Effects Between Play - Learning Using Gabe and Creativity> 석사학위 논문 (2005)(대구대학교)
·서석남 - <프뢰벨의 생명교육 II. 프뢰벨 교육의 이론과 작업> (2003)(국민서관)
사진 출처
·pinterest.co.kr
·네이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