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학년도 후기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나는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참석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비대면 회의, 비대면 행사를 활성화했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신입생 입학식은 3번째 참석이다. 학사 때는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다는 기쁨과 첫 대학생활에 대한 설렘이 공존한 상태에서 입학식에 참석했다. 석사 때는 직업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안으로 선택한 학업이었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의 상태에서 입학식에 참석했다. 그렇다면 박사 때는 어땠을까. 남들과 같이 학업을 마치고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구하는 일률적인 삶의 궤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열정과 포부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저 행복했다. 반드시 졸업해서 내 꿈을 향해 나아가리라.
입학식은 특별하지 않았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진을 소개하는 식순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은 새롭지 않은 정보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참석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중 내게 와닿았던 것은 박사과정이 가장 전문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수료나 졸업이 어렵고,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졸업 시기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논문, 논문제출자격시험, 영어, 학점 등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속도감 있게 학업과정을 진행시키는지에 따라 조기 졸업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원하는 교수님이 지도교수가 되는 것을 수락하셨기 때문에 회사에 반차를 내고 대학원에 방문하여 교수와 면담을 했다. 석사과정에서 지도교수와의 의사소통이 논문을 작성하는데 매우 중요했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교수가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3개월가량을 헤맸던 기억이 나고, 결과물에 대해서도 교수는 보통 정도의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실망이 컸다. 나름대로 구성과 진행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졸업할 정도 수준의 논문이라는 점이 나를 힘 빠지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반전은 그 이후였다. 실제 논문 채점과정을 거친 점수는 "우수"였던 것이다. 내가 예상한 대로의 성과였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가 보람 있었기에 박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만족감, 성취감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도교수는 몇 가지 조언을 했다.
1. 박사 1년 차에는 Course work에 최선을 다할 것 : 졸업을 위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처음부터 논문에 신경 쓰면 학점 취득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학점이 낮으면 졸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1년 차에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 필수과목 중심으로 수강해서 이론적 기반을 쌓을 필요가 있다.
2. 전일제 학생에 비해 장,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장점을 극대화할 것 : 나와 같은 회사원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입할 수 없어서 졸업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회사생활에서 쌓인 노하우와 전문성을 활용해서 논문을 작성한다면 오히려 어렵지 않게 논문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최대한 내 업무 분야와 관련된 연구주제를 설정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항상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좋을 것이다.
3. 타임라인을 잘 계획할 것 : 졸업시기가 학생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나만의 타임라인을 세우고 그에 따라 졸업요건을 잘 체크하여 원하는 시기에 졸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몇 년 만에 졸업할 것인지를 우선 계획해서 필요학점 이수, 논문 proposal, 논문 작성을 순차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15분의 면담은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직 대학원에 합격한 것이 얼떨떨한 상태에서 다가오는 첫 학기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보다 2배의 노력을 해야만 학업과 생계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나는 3년 후 박사과정을 졸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