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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Sep 23. 2024

박사 1년 차, 논문을 위해 기초를 쌓다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문과생에게 경제학과 통계학은 큰 고난이다. 고등학교 이후 수학을 손에서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배웠던 확률과 통계, 행렬과 집합은 여전히 박사과정에서도 필수적인 듯했다. 논문을 쓰기 위한 방법론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까지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통계프로그램만 다룰 줄 알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통계프로그램에 내가 관찰한 수치를 입력하면 저절로 프로그램이 분석까지 해 주기 때문이다.


런데 박사 1년 차에 기초과목으로 통계프로그램의 원리와 분석이론을 배우게 되었다. 심지어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이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배우게 된 수학은 그야말로 미로였다. 한 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었다. 곳곳이 벽이고 출구는 보이지도 않았다. 수강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일매일 통계를 공부하고 있다.


첫 학기에 통계이론을 배우고 다음 학기에는 통계심화과정을 수강하면서 프로그래밍까지 실습한다. 이를 통해 논문을 작성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논문에 쓰이는 데이터셋이 확보되면 나만의 가설을 설정하여 데이터 간의 관계성을 도출하고 가설을 검증한다. 이때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되면 논문의 주된 방법론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1년 차이지만 박사과정의 꽃이자 가장 중요한 과업은 논문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논문주제와 데이터를 탐색하고 수집하는 과정을 수행하려고 한다. 통계이론이 언젠가는 논문에 활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어렵지만 통계수식을 암기하고 연습문제를 풀어보고 있다.


경제학은 또 다른 시련이다. 처음 학부에서 교양과목으로 경제학원론을 수강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수학이 싫어서 문과에 진학했는데 각종 그래프와 수식을 가득 찬 강의를 수강하다니...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문과생들이 가장 전과를 원하는 학과가 경제학과였다. 아마 학생들은 은행이나 금융공기업에 취업하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학과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자격증 시험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경제나 통계 과목이었다는 점을 기억해 보면 나처럼 수학을 못하는 학생은 참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문과 박사과정에서도 경제학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결과분석을 위해 수요와 공급 법칙이라던지 한계효용 그래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부 때 경제학에 흥미가 없어 공부를 게을리했던 것이 새삼 후회된다. 하지만 지금에라도 책을 찾아보고 공부량을 늘려서 필요한 지식을 쌓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박사과정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신입생 첫 학기지만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모든 단계가 다음을 위한 계단이고, 지금 놀다가 졸업학기에 열심히 하면 졸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힘들어도 조금씩 전진해 볼 것이다. 결승선에 도달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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