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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Oct 07. 2024

박사 1년 차, 남들 앞에서 발표하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에 꽤나 자신감이 있는 편이다. 내 나이 또래가 그러하듯 미취학 아동 때 웅변학원에 다녔었고,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왔다면 몇 번의 발표 경험이 있을 것이고, 대학교 때는 조별과제나 개별과제로 발표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기사로 MZ 세대는 콜포비아 현상을 겪을 정도로 타인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접했다. 또한 코로나 시기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대면발표가 어색하다는 기사도 본 적 있다. 다행히 나는 그 시기 이전에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발표 경험이 다수 있으며 성격이 외향형인 덕분에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던 내가 처음 발표에 위축감을 느꼈던 것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였다. 영어로 대화는 그럭저럭 할 수 있지만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대학교 강의시간에 발표하는 것은 꽤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첫 발표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발표자료를 성의 있게 만들고 영어로 스크립트를 작성하여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맨 앞에 나가서 자신 있게 스크립트와 학생들, 교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발표를 이어 나갔다. 많이 연습해서 그런지 발표는 어렵지 않았고 마무리까지 했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토론이 주인 수업 특성상 교수와 학생들이 질문을 하는데 영어로 쏟아지는 질문 세례를 받다 보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떤 질문을 하는지 알아듣기는 했지만 그 답을 한국어로 생각하고 다시 영작을 해서 말하기엔 시간이 걸렸고, 우물쭈물했다. 내가 생각해도 발표와 질의응답의 수준 차이가 너무 났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발표점수는 만점 대비 절반 이하로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사과정에 진학해서는 이상하게 수업시간에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대답하게 되었다. 학부 때는 수강생들이 많은 강의에서 손을 들고 질문하거나 교수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거의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되고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의 참여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강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어김없이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수업과 관련된 책을 읽고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을 자료로 작성해 발표하는 것이다. 과거의 부족했던 경험이 떠올랐지만 한국어로 발표하는 것은 그에 비하면 난이도가 쉽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1. 책을 열심히 읽고 발표자료도 내가 이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했다. 2. 말하기 쉽게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3. 두어 번 읽어 보면서 입에 잘 붙도록 연습하고 4. 시간제한도 준수하도록 노력했다. 실제는 혼자 연습할 때와는 달랐지만 다행히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한 덕분인지 교수님의 질문에도 무난하게 대답을 할 수 있었다.


박사과정은 발표가 매우 많다. 심지어 논문을 작성할 때도 심사위원 앞이나 학생들 앞에서 나의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비판적인 질문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발표 경험을 많이 쌓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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