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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후 Jan 22. 2023

필리핀에서 맞이하는 새해 첫날

일부러 늦잠을 잤다.

그냥 그래보고 싶었다.       

   


음력 섣달 그믐날 밤늦도록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치르고,

설날 첫새벽 가장 먼저 일어나 몸을 씻고 상차림을 준비하던 

큰 집 며느리였던 나의 20여 년 간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꾸역꾸역 해내야만 했던 그 일들이..

알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이건 좀 뭔가 이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세월이 흘러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나의 바람대로 필리핀에서의 어학연수생 모집 일이 잘 풀려서 올 설날은 이곳 마닐라에서 보내고 있다.    

 

어제 오후에는 마닐라 근교 따가이따이 온천으로 아이들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오늘은 명절 기분을 낸다고 떡국을 먹고 아이들과 만두를 만들고 전도 부쳐가며 기름 냄새를 맡아볼 예정이다. 이 또한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이다.    


      







친정 부모님께 안부 전화도 드려야 하는데 이상하게 영 내키지가 않는다.

죄송스러운 마음인지 무뎌진 마음인지 게을러진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 듯한, 괜히 편치 않은 마음자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살다 보면 내게도 이런 선물 같은 날이 주어질 수 있는 거지.

너무 어색해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들이면 되지, 뭘...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려고 한다.



오늘은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 같은 날..

그냥 주어진 현실을 즐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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