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나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 아마 슈타인의 장서의 절반을 읽었을 거야, 그는 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갖다 주었어 내가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을 더 자주 갖다 주었으나 나는 그가 갖다 주는 것은 무턱대고 다 읽었어, 이런 방법으로 나는 무섭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나는 마치 귀신이 붙은 것같이 열심히 배웠어. 죽음이 나를 가져가려 하지 않았으니까. 이제 나는 생의 편으로 돌아섰던 거야. 그런데 산다는 건 그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아는 것, 무섭게 많이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모든 것과 파고드는 것이었어,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 여자는 너의 엷은 공기 속에는 살 수 없을 거야. 열과 동요와 변화를 필요로 하는 여자니까. 그 여자는 많은 위험을 감행할 성질의 여자다.
내 생각으로는 네가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너는 너의 수많은 자기 중의 한 개에 너를 고정시키지 않았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야.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를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언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야. 그들은 운명을 가지려고 하지 않아. 커다란 단 한 번의 충격을 피하고 그 대신 몇백 개의 작은 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어. 그러나 커다란 충격만이 우리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거야. 작은 충격은 우리를 점점 비참 속에 몰아넣고, 그러나 그건 아프지 않거든. 타락은 편한 일이니까. 내 생각으로는 그건 마치 파탄 직전에 있는 상인이 파산을 감추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일생 동안 이자를 갚아가는 공포에 싸인 소상인으로 그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돼. 나는 언제나 파산을 선언하고는 다시 처음부터 개시하는 편을 택하고 싶어.
그는 니나가 심각한 생의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만약 니나가 다시 전과 같은 상태에서 생활하게 되면 언제라도 다시 재발할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니나의 남편과 만나보았는데 그와의 결합이 니나의 발전에 커다란 장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확신은 그 남자에 대한 가치 평가가 아니라고 그는 빨리(너무나 빨리) 덧붙이고, 다만 니나가 이 결혼을 하나의 과제로 보고 그 과제를 제일 잘 수행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남김없이 그리고 효과 없이 써버린 것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니나는 지금도 또다시 깨어진 의지를 이 소용없는 투쟁을 위해서 주워 모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당신으로서 가능한 모든 일을 해주십시오, 라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 여자가 남편과 헤어지도록.
너는 강한 힘을 가졌어. 그러나 너무 많은 모험을 하는 여자는 누구나 손해 보는 법이야.
나는 어두운 표정을 띠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나보고 사는 것을 그만두란 말이세요? 내가 여태까지 살아보았던가요? 나는 살고 싶어요. 생의 전부를 사랑해요. 그렇지만 나의 이런 마음을 당신은 이해 못하실 거예요. 당신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생을 피해 갔어요. 당신은 한 번도 위험을 무릅쓴 일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했어요.
나는 내 죄에 대해서 – 입당은 그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뼈저린 죄의식을 갖고 있다.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운명이 위임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비록 명백한 견식이 있음에도 무조건 그것에 따르는 힘을 갖지 못한 그런 무리에 속한다. 도대체 미래의 주인이 있을 수 있다면 때로는 가혹하고 일방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니나와 , 그녀처럼 강인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와 나 같은 족속은 필요 없는 존재다.
나는 전율을 느끼고 내 주변 인간들의 변형을 보았다. 나는 이 시대에 성장하지를 못했다. 나는 이 시대에 성장하지를 못했다. 니나는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나를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그 여자는 내가 시대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을 책망할 것이다. 내가 그러한가? 정말로? 쫓기는 자의 무리에 섞여 정처 없는 해안으로 급하게 달리는 사람일까? 또는 한때 가치가 있었던, 그래서 영원히 그 가치를 보유할 그것을 간직하기 위하여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일까? 과연 그 사람들 중에서 도대체 누가 도망하고 있는 것일까?
그 여자는 이제야 자기의 청춘을 보상할 것이고 또 자신이 놓쳐 버렸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20세 젊은 날의 끝없는 희망, 모든 성공과 세력과 명망을 움켜쥐고자 하는 천진한 대담성, 이런 것을 다시 찾을 것이다. 행복은 그 여자에게로 다가오고 그 여자가 시작하는 것은 모두 성공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