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길'에서 띄우는 대자연의 메시지
막연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버킷리스트로 삼았었다. 약 5년 전 즈음에..
사실 난 신실한 기독교 신자도, 가톨릭 신자도 아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중요한 시기를 차지하기는 했었지만 지금은 별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그저 동경을 해왔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스웨덴의 쿵스레덴.
북유럽 마지막 야생의 길 쿵스레덴.
여기다 싶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유명한 길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을 다 아는 길..
오히려 이 길에 끌림을 느꼈다.
50대 중반의 여성이, 혼자만의 여행이나 마찬가지인 이 코스를 걸었다.
몇 년 후, 나도 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구해 읽었다.
여름코스를 알리는 이정표인 돌무덤 케른 cairn은 짙은 오렌지 색이 칠해져 있고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세워져 있어 이를 보며 언덕을 오르고 굽이진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케른의 기원은 아주 오래된 것으로 그리스인이나 켈트 족 또는 로마인들이 여행을 하며 곳곳에 만들었다고 한다. 기원전 10세기 켈트족들은 이베리아 반도로 이동할 때 돌을 쌓아가며 긴 여정의 안전과 종족의 번영을 빌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쌓아온 돌무덤이 지금도 에스파냐 북부 산티아고로 가는 프랑스 길 혼세 바동 아이라고 산에 있다.
아주 작은 돌들이 쌓여 오늘날에는 큰 돌산을 이루고 있다. 그 돌무덤 중심에 크루스 데 이에로 Cruz de Hierro 철십자가 세워져 있다.
요즘도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이 고향에서부터 가지고 온 돌들을 쌓는데 그 돌에는 각자 소망을 담은 이름이 씌어 있다./ p 63
저자는 여름 시즌에 이 길을 걸었다. 걷게 된다면 나도 그럴 예정이다. 추위를 몹시 힘들어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긴 여정의 안전과 종족의 번영을 빌었던 그리스인이나 켈트 족, 로마인들의 염원이 담긴 케른..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확인 가능한 돌탑이 생각났다. 얼마 전 다녀온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호숫가에서 보았던 돌탑과 함께...
나의 벤츠는 밝은 노란색이다.
자연의 푸름과 잘 어울린다.
텐트 속 작은 공간의 번데기 같은 침낭 속에서 난 오늘 밤도 노랑나비가 되는 꿈을 꾼다. /p 75
고백하건대,
난 텐트에서 잠을 잘 자신은 없다.
가방의 무게도 무게이지만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도 밝은 노란색은 아니어도 밝은 주황색 정도의 1인용 텐트와 침낭을 준비해 볼까? 국내 여행부터라도 주황색 텐트를 등에 짊어지고 백패킹 여행을 시도해 볼까나??
인생길이 곧 순례 길이듯 나의 순례 길도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한다.
나에게도 힘들고 마음 아픈 일이 왜 없을까마는 말해 무엇하리오.
그래 남들이 팔자 좋은 김효선이라고 하는데 그 말 감사하게 듣고 상처 난 가슴은 열어 보이지 말자.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의 결과를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좋다! 난 행복해, 팔자 좋아 그렇고말고.
그래. 순간순간 아름답게 보고 감사하게 생각하리라.
아름다워요!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한없이 이어지는 밤이다. / p 121
얼마 전부터 막둥이와 함께 필리핀 살이를 시작한 나.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팔자 좋은 여자쯤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김효선 작가처럼 나도 그 말을 감사하게 듣고 상처 난 가슴은 열어보이지 않기로 했다.
긍정적인 생각만을 하기로 했다. 긍정의 결과를 위해서 말이라도~~
매일 새벽 일기를 쓴다.
오늘 하루도 빛나는 하루로,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을 소중히 보내겠다고 나와의 다짐을 하고는 한다.
쿵스레덴, 왕의 길!
광활한 대자연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맑고 광활한 하늘, 전화도 되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의 깊은 골짜기에 작은 오두막을 지키는 관리인이 있는 한, 세계의 도보 여행자들은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나는 고단한 발걸음을 내디디는 걸음걸음마다 조금씩 나를 비워가며 걸었다.
그 길을 걸으며 보낸 귀한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별칭인 카미노의 여왕답게 길의 여왕의 위엄을 갖고 힘든 일정을 잘 극복했기에 즐겁게 이 길 위에서 내려가련다. / p 376
이 참에 나도 별칭을 하나 갖고 싶다.
내가 지은, 부르기에도 번거로운 여보쌤(여행 보내주는 선생님) 말고
정말 나를 닮은 별칭을 하나 간직하고 싶다.
삶을 사랑하고,
삶의 여정에 있는 길 위를 걷는
나를 사랑하는
그런 분위기에 걸맞은 멋진 별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