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 소원 들어주기
올해 초부터 비상근무, 초과근무의 연속이라 복덩이와의 시간이 부족했다. 설연휴에도 하루빼고 다 나갔고 평일에는 초과근무, 휴일에도 비상근무면 나가서 일을 해야하니 말이다. 복직할 때 보통 아이들이 엄마가지마 하며 붙잡는다고 하는데 복덩이는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 부모님처럼 항상 출근하고 퇴근할땐 밝은 모습 보이기로 스스로 다짐했기 때문에 하이파이브하면서 즐겁게 인사를 하며 출근했다.
그런데 복덩이가 이번주부터 아침마다 표정이 어두워 졌다. 복덩이 성격상 바로 자신의 기분을 내비치지는 않고 신중한 성격이라 엄마가지마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듯했다. 한 삼일쯤 지났을 까 수요일쯤에 엄마 가지마 하면서 붙잡는 것이었다.
한번 나가면 저녁늦게 돌아오니 복덩이도 아빠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뭔가 있었나 보다. 이번주는 전직원 1/2 비상근무인지라 난 일요일 당번이 되었고, 오늘 복덩이 소원을 다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밖으로 외출해서 복덩이는 사탕가게에 가서 사탕을 사고 싶다고 했다. 참 소박한 소원이었다.
"그래, 먹고싶은거 말해봐. 엄마가 담아줄게."
사탕을 먹고싶다던 복덩이는 젤리가 더 예쁘게 보였는지 바나나, 귤, 파인애플 모양 젤리를 골랐다. 복덩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다음주에는 안올지도 모르기에 알록달록 예쁜 봉지에 가득담았다. 복덩이는 큰 선물을 받은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젤리 맛있어."
"응 그래. 많이 먹어."
"엄마 안아줘. 안아주세요."
"응 그래. 엄마가 안아줄게."
두 팔을 힘껏 벌려 안아주었다. 내가 못본 사이에 복덩이는 키도 컸고 몸무게도 더 는듯 전보다 묵직해 졌다.
맛있다며 좋아하는 복덩이의 모습을 보며, 육아휴직땐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복덩이와의 시간의 소중함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온 복덩이는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엄마한테 숫자를 이만큼 잘센다며 보여주는 듯했다,
"그래! 네살인데 이정도면 엄청 잘하네!"
복덩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을 외치며 손가락 열개를 쭉 펴며 나에게 보였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복덩이는 나름 잘 크고 있었다. 아이도 나름 적응하고 있는 듯 했다. 나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엄마랑 함께 있던 시간이 그립기도 한가 보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는데 예전 육아휴직때 같이 놀이터에서 놀았던 사진을 보고 싶어했다.
샤워도 시켜줬고, 오늘 매 끼니는 내가 먹였다. 복덩이는 행복해하며 잠들었다.
오늘 내가 근무를 쉬었던 만큼 다른 동료들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 관련 단톡방엔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었고 선별진료소엔 사람이 너무 많이 와 조기마감을 했다고 한다.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까?
모두가 아프지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러 가야 겠다. 오늘 고생한 동료들 덕분에 소중한 휴식을 취했으니 감사한 만큼 내몫을 해야겠다. 내일은 별일없이 역학조사가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 전화드릴 분들이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