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은 내게 언제나 혼자의 음식이었다.
한 그릇을 마주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붉게 떠다니는 고춧가루와 어딘가를 향해 부유하는 조개껍질, 무질서하게 얽혀 있는 면발과 채소들. 그 풍경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고독과 어지러움이 공존한다. 땀을 흘리고, 혀끝이 얼얼해지고,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모든 생각이 국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나는 매번 나만의 작은 세계로 들어갔다.
혼자라는 건 어쩌면 짬뽕의 전제조건 같은 것이었다.
국물이 튀고,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흘리는 모습은 혼자일 때만 허락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 상태를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과 같았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과 중식당에 가면 짜장면을 골랐다. 짜장면은 더 차분했고, 덜 적나라했다. 하지만 혼자 중식당 구석에 앉아 짬뽕을 주문할 때면, 그건 나와 나만의 시간을 위한 작은 의식이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그녀와 짬뽕을 나눠 먹게 됐다.
그녀는 내가 주문을 망설이자 "매운 거 좋아해?"라고 물었다.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나를 열어보려는 시도처럼 느껴졌다. 나는 "네"라고 대답하며 짬뽕을 시켰다. 뜨거운 그릇이 테이블 위에 놓이고, 면발을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서로를 가만히 살피던 순간. 그건 대화라기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묘한 리듬 같았다. 나는 국물을 떠먹으며 그녀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했고, 그녀는 땀을 훔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짬뽕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은 늘 그렇게 뜨겁고 진했다.
매운 국물처럼 격렬한 감정이 오갔고, 그 안에선 모든 것이 순식간에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모든 열기는 언젠가 식게 마련이다. 국물이 미지근해지고, 그릇 바닥에는 가라앉은 찌꺼기만 남듯이, 우리도 그렇게 끝을 향해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했던 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 마음 속 테이블 위에 남겨진 붉은 흔적만은 선명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혼자가 됐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혼자 짬뽕을 먹는다. 여전히 매운 국물은 땀을 흘리게 하고, 때로는 눈물과 섞여 묘하게 짜게 느껴진다. 하지만 알게 됐다. 짬뽕은 단지 고독의 음식이 아니라, 나를 위로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국물을 천천히 비워가며 나는 마음속 남은 감정들을 씻어낸다. 그릇이 비워지면, 조금 더 가벼워진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언젠가 또 누군가와 짬뽕을 나눌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