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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Sep 25. 2020

크라우드 펀딩? 나도 했다!

고독한 독립 출판 이야기

독립 출판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크라우드 펀딩 역시... 쉽지 않다.


몇 시간 전, 드디어 텀블벅에 내가 쓴 단행본을 프로젝트로 올렸다.


"제가... 책을 냈어요. 책 좀 사주세요..."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구걸을 시작한다.



난생처음으로 써보는 책. 살면서 자기 책을 내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그저 '독립출판'. 이 단어가 괜히 멋져 보였다.


'오... 독립출판? 뭔가 있어 보인다. 해보자.'


참 단순하다. 아마 독립출판이라는 것에 대해 잘 몰랐기에 도전을 시도했던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책을 만들고 꾸미는 과정,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에 올리는 과정까지 어디 하나 만만한 게 1도 없다. 책만 쓰면 끝일 거라는 생각은 정말 독립출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졌던 생각이었다.


얼추 책을 쓰고 나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본문에 이상한 내용이 없는지, 철차가 틀린 곳은 없는지, 그림과 사진은 잘 맞는지... 참 신기한 게, 분명 글을 쓰고 바로 확인을 했을 때는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형편없다. 아예 처음부터 싹 다 다시 쓰고 싶어 진다. 그렇게 수정을 해놓고 나중에 다시 보면, 또 이상하고, 또 수정하고, 이상하고, 수정하고, 이상하고, 이상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번 책으로 만들어보자.'


그렇게 또 무작정 책 1권을 주문했다. 다음날 도착한 나의 첫 번째 책.

151일간의 국내배낭여행기.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

정말 이쁘다. 내용은 괜찮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외관은 일단 맘에 든다. 자식이 태어나면 약간 이런 기분일까? 정말로 책을 내 품에 안고 싶었다.(물론 그러진 않았지만) 내가 만든 책을 실물로 영접하니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이게 진짜 내가 만든 거라고?...


감동은 뒤로하고 책을 펼쳐보았다. 차례대로 글을 읽어보았다. 역시 책은 책으로 봐야 한다. 책을 손에 들고 읽어보니, 컴퓨터로 작업할 땐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수정한다...


이제 크라우드 펀딩 단계다. 크라우드 펀딩에 프로젝트를 올리려면 책 이외의 리워드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 그래서 나도 만들었다. 나는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 농가를 다니며 여행을 했다. 책은 그에 대한 여행기다. 그래서 내가 다녔던 농가의 농산물 가공품을 리워드로 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건 안된다고 했다. 흠... 어떡하지? 뭘 할지 고민하다, 남들 다 만드는 엽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래, 일단 뭐든 만들어보자.'


5개월간 여행을 했기에 사진은 많았다. 맘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고르다 보니 10장이 넘는다. 그래서 사진엽서 10장을 만들었다. 만들어놓고 보니 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엽서만 하니 아쉬워서 무선 노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책과 같은 재질로 만드니 이것도 뭐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엽서는 제조원가가 낮아서 괜찮지만, 책이나 노트는 사실 돈이 안된다. 그러나, 독립출판을 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보고 독립출판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냥 관심을 받고 싶은 건가? 모르겠다.


프로젝트를 올리기 위해 프로젝트 설명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하지도 못하는 포토샵에 그림판에 모두 총출동시켜 내 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올리면 되나?


아... 출판사 등록을 해야 한단다. ISBN인가 뭔가를 받고 싶었다. 이유는 있어 보이니까. 책 뒷편에 바코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게 ISBN이다. 출처: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그래도 이왕 하는 거 남들 하는 거 다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집근처에 있는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에 가서 돈을 주고 신청서를 작성하니 출판사 신고증을 줬다. 그걸 들고 세무서에 찾아가니 사업자등록증을 줬다.(이건 돈 안 받고 그냥 해줬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사업자가 되었다.


'내가 사업자라니...! 이것 또한 있어보인다.'


집에서 마지막으로 글을 수정하고 텀블벅에 프로젝트 심사를 신청하니 이내 답장이 왔다. 수정할게 조금 있다고 했다. 수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게시했다. 떨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프로젝트 게시를 누르는 순간 심장이 엄청 쿵쾅댔다.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책을 사달라고 구걸했다.


사줬다. 고맙다 친구들아. 주변인들도 사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꾸벅)


후원금이 올라가는 게 참 재밌다. 흥분된다. 짜릿하다. 물론 저게 다 내 돈은 안될 것이다. 인쇄비에, 리워드 제작비에, 배송비에, 수수료에... 남는 게 없겠지만 뭐 그래도 나름 재밌다.


'하... 이제 끝인가?'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이제부터 또 시작인 것 같다. 제대로 된 책, 리워드를 완성시켜야 한다. 그리고 배송까지 실수 없이 끝내야 한다. (ISBN도 신청해야 하고)


아 물론 이 모든 건 후원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니 여기까지 읽었다면, 한 번쯤 들어가 보길 바란다. (제발 들어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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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 반응이 좋으면 나의 모든 독립출판 과정을 샅샅이 올려보도록 하겠다. (하트 좀 눌러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렇게라도 해서 홍보를 해야한다. 나는 고독하고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독립출판사이니까...


모든 독립출판사들을 응원합니다.



ps. 운이 좋게도 텀블벅 에디터님의 PICK을 받았다. 이게 얼마나 좋은건진 잘모르겠다. 하지만, 내 책이 출판 인기순 페이지 상단에 노출되어있다. 뭔가 있어보인다. (오예~!!!!!!!! 소리벗고 팬티질러~!!!!!!!!!!)


지인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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