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총각 Aug 15. 2021

내가 느낀 행복은 행복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답안지

"이야 너 멋지게 산다."


"진짜 너는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멋지게 사는구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나는 작년까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요즘 흔히 말하는 N잡러가 되었다.


유튜버, 작가, 스타트업, 배달 알바.


회사를 그만둔 이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통장의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며 살아왔다. '얼마나 남았지?', '이번 달은 얼마나 더 쓸 수 있지?'.


퇴사 이후 그렇게 몇 달간, 말 그대로 '버티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이제는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했다.


이제는 마트에 가서도 마음 편히 장을 볼 수 있었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에도 '덜' 계산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먹고 싶은 것들을 무작정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비싼 건 아직도 맘 편히 사지 못하지만, 이런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분명, 내가 작년까지 받던 월급의 반도 안 되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고,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 행복은 나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주위 가까운 사람들은 나를 보며 행복해하지 않아 보였다. 항상 걱정하는 눈빛과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나의 미래를 더욱더 불안해했다. '쟤는 언제까지 저렇게 살까', '중요한 시기에 허송세월을 보내는 건 아닐까?'.


사실, 나도 내가 불안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에 확신이 있어', '나는 지금 내 갈길을 잘 걸어가고 있으니 걱정하지마'. 사실, 이 말은 내가 나에게 주는 암시다.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나 혼자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었고, 지금도 정처 없이 나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불안은 나의 대한 확신을 잃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나에게 다짐해봐도, 주위 사람의 한마디는 강력했다. 물론, 나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이 툭툭 던지는 한마디는 나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나만의 행복을 위해,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의 행복을 앗아버린 건 아닐까?'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빠른 결과만을 원한다. 그리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까지 나의 허황된 꿈을 좇느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웠다. 나는 언제쯤 철이 들까. 나도 결과를 바로 보여주지 못해 답답한 마음뿐이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밖에 없다. 지금 가던 대로 묵묵히 나의 길을 가던가, 아니면 나도 사회의 답안지를 따라가던가.

매거진의 이전글 실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