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여자이고만 싶지만
예쁨 받고 싶은 한 여인의 역할로만
살 수는 없었다
한 여자의
남자이고만 싶지만
가장의 역할을 위해
일터로 나가야 했고
오해는
오해로나 묻어둔 채
나를 떠난 이에게는
슬픈 작별을 고하는 방식으로
가는 자는 이미 막을 수 없고
오는 자 또한 막을 재간이
없는 방식으로
정신을 차려보면
망망대해에서
뚜벅 뚜벅 정처없이
걸어다닐 뿐이었다
같이 있을 것도 때로는 슬픔이었고
멀어져 있음이 꼭 절대적 외로움을
보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인의 의도는 반드시 존심의
상함에의 경험이었고
의지없는 떠돎은
누군가의
사냥감이 됨을
선사했다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싫기에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고
지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텅 비었고
연락이 온들
어느 것과도 가까워지지
않음이 서늘하다
빌딩 안에 서 있는데
홀로 수평선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어느 것의 누구도 아님을 경험하며
목에 걸린 명찰을 만지작 거린다.
아, 아직 퇴근 전이다.
나를 위해 애써 웃어보지만
이러한 종류의 미소지음 또한
감정 노동에 속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