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선생님의 음악은, 아침이슬이나 상록수, 봉우리 같은 대표적인 곡들만 가끔 소환이 된다. 그것도 정말 아주 가끔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라든지 선거 시즌 때에만 흘러나오니 그것도 그분의 뜻이 아닐 테고, 오히려 그것은 그분이 수줍어하며 항상 은둔하였던 이유였다.
창작물을 만들고 무대 뒤로 숨는 천재들의 모습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다. 아마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이 다루어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것. 자녀를 시집 장가보내는 부모의 마음 같은 것이다. 자신의 손을 떠나면 그 작품의 운명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
사실 그분의 음악은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곡들에서 그 진가가 나온다. 가만히 귀를 대고 들어보라. 그러면 어느 순간, 한자어가 거의 나오지 않고 순우리말로 시가 지어졌음을 눈치채게 된다. 우리말의 어조와 단어의 음절이 곡의 박자와 잘 맞아떨어진다. 어쩌면 이것은 극 연출을 하는 사람만 아는 세계일 수도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살려내어 이토록 근사하고 아름답게 녹여내는 아티스트는 결코 흔하지 않다. 우리가 김민기 선생님을 천재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온전하게 시인의 필력과 뮤즈의 번뜩임 같은 것이 동시에 갖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과 간결함 속에 들어간 기품과 격조를 들어보라. 노래를 만드는 이도, 그리고 듣는 이 까지도 모두 한 단계 끌어올려진 수준에서 자유로워지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그분의 20세를 전후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자세와 시각이라는 것이 시간 속에 저절로 쌓이는 침전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공간 속에 일부러 쌓아올린 일종의 탑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뒷것을 자처한 채 떠난 천재의 음악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증언하고 싶은 마음은 돈으로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의 진정한 팬들이라면 아마도 모두 그러하리라.
https://www.youtube.com/watch?v=jz8IizDqz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