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달의 궁전,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2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8월의 2번째 주말 아침,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읽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품은 책은 위태로울 만큼 '낡았지만', 그럼에도 첫 문장은 변함없이 '날카롭다'.
'달의 궁전'은 삶의 세 탐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삶을 소진해 가는 괴짜 젊은이 마르코 스탠리 포그, 자신의 삶을 말살하고 재창조한 노인 토머스 에핑, 한없이 비대해지며 또한 작아져 가는 남자 솔로먼 바버. 이들은 20세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혼잡한 도시에서부터 황량한 변경으로까지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문장은 한없이 감각적이면서 또한 상징적이다. 단어는 매력적이지만 흐름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450 페이지에 걸쳐 사랑과 모험, 희망과 좌절, 그리고 나름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여정에 함께 하다 보면, 어느덧 '삶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1985~1986년에 걸쳐 써 내려간 '뉴욕 3부작' -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등으로 잘 알려졌다. 위대한 예술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만들어낸다. '달의 궁전'에 묘사된 뉴욕과 센트럴파크, 유타 주의 사막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때로는 난해하게 느껴지는 그의 벽돌 책은, 1분 쇼츠에 열광하는 '영상' 시대와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의 주된 등장인물인 노인 토머스 에핑의 눈이 멀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는 누구보다도 비상한 기억력과 통찰력 그리고 연변으로 자신의 기억을 완벽하게 재현(또는 조작)한다. 생생한 이야기의 힘이다. 설득력이 있는, 나아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그리고 즐길 수만 있다면 재미도 있다. 심지어 괜찮은 이야깃거리를 건질 확률도 쇼츠보다 높다.
그래서 주말 아침이면 묵묵히 벽돌 책을 펼친다. 가슴을 울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탐구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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