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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Dec 18. 2023

투미, 남성 카테고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저변을 넓히다

브랜드 인사이트 - 02 투미(TUMI)


두 달 전, 남편이 가방을 사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남편 가방을 보니, 10년 전에 샀던 이름 모를 브랜드의 가방이 너덜너덜해진 참이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미안해져 어떤 브랜드를 사야 할지를 떠올려 봤지만, 남자 가방, 더군다나 ‘백팩’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급히 검색을 했다.

만다리나 덕, 샘소나이트, 그리고 투미가 물망에 올랐다.

백화점에 들러, 세 브랜드의 매장을 모두 들러 꼼꼼하게 살펴본 끝에 우리가 고른 브랜드는 바로 투미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와 남편은 이날 한 번의 브랜드 경험으로 인해 ‘투미’의 빅 팬이 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다른 브랜드에 비해 투미를 특별하게 만든 걸까.


순서대로 투미, 샘소나이트, 만나리나 덕





'남성백' 카테고리의 방식을 벗어나, 카테고리 저변을 넓혀가는 투미



대부분의 뷰티/패션 영역이 그렇듯, 남성 카테고리보다는 여성 카테고리가 여러모로 더 다양한 구석이 있다. 가방만 하더라도, 여성백 컬러가 더 다양하고, 모델도 더 많으며, 백 참, 트윌리, 이너백 등등 액세서리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 카테고리의 전유물을 적극적으로 남성백에 차용한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투미가 그렇다.


쇼핑과 관련해 우리쉽게 간과하는 남성 고객의 특징이 있다. 남성들도 여성들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동차를 튜닝하기도 하고, 게임용 자판이나 헤드폰 등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하나하나 사모으기도 한다. 피규어 수집은 또 어떠하고, 캠핑 용품 수집은 또 어떠한가. 투미는 이러한 남성 고객들의 특징에 주목한다. ‘가방 하나 사고 끝’인 게 아니라, 나만의 이니셜을 새기고, 액세서리를 달아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자 하는 남성들 말이다.





(좌) 디올이 수지에게 제공한 각인 백과 구두 / (우) 투미 커스텀 각인 서비스


#세상에 하나뿐인 My Bag

이러한 측면에서 투미를 특별하게 해주는 첫 번째 서비스는 바로 각인 및 모노그램 서비스이다. 전 세계 어느 투미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고객들은 제품 구매 시 매장에서 바로 각인 서비스(커스텀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가방 바로 앞면에 위치한 패치에 내가 원하는 이니셜을 새겨 넣을 수 있는데, 단순히 글자만 각인시키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패치 컬러와 글자 컬러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몽블랑 등의 타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사실 여성 카테고리에 있어 각인 서비스는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핸드백과 같은 패션 아이템에 뿐만 아니라, 립스틱, 핸드크림, 향수 등 다양한 뷰티 제품에도 다양한 각인을 새겨 넣고 있다. 여성들이 디올 가방 전면자신의 이름을 새기듯, 남성들은 투미 가방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넣는다.






투미 남성 액세서리 키트


#남자도 액세서리에 진심

투미는 여성 백 브랜드만큼이나 가방 액세서리에도 진심이다. 우산, 카드 지갑, 트래블 키트, 트래블 행거, 여권 케이스, 워터 보틀, 방수백, 카라비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자그마치 투미 공홈 기준 113개의 남성용 액세서리를 보유하고 있다. 여자들이 가방에 백 참을 달 듯, 투미 가방에는 카라비너를 추가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달 수 있다. 남자들은 투미 가방에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추가함으로써, 자신만의 투미를 만드는 데에 흥미를 느낀다. 

여성 백 카테고리의 액세서리와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여성에게 있어 액세서리는 ‘심미적인 만족도’가 크게 작용하는 반면, 남성들은 기능적인 만족도’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 착안하여 투미는 상세페이지 내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물품을 말끔히 정리', '검문소에서도 손쉬운 검사', '가방에 쉽게 부착', '이동 중에도 필요시 수분을 유지' 등과 같이 베네핏 연관 문구들을 주로 소구하고 있다.


투미 남성 액세서리 상세페이지 문구






디올 립 글로우와 논산 설향 딸기가 경쟁하는 오늘도 평화로운 카카오 선물하기 시장


“이건 이래서 안 된다, 이건 통상적으로 아니다”라는 식의 말들이 이제는 싫다. 과거에는 특정 카테고리에만 통하는 어떠한 마케팅 공식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같은 운동 카테고리인 요가가 아닌 도수치료 병원과 경쟁을 하고, 시계 브랜드들은 핸드폰 브랜드와 경쟁을 하게 되었다. 카카오 선물하기 플랫폼에서는 화장품과 딸기가 경쟁을 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카테고리의 한계, 카테고리에 쓰여있던 프레임을 벗어나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투미는 남성 카테고리의 한계, 혹은 프레임을 벗어나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투미에서 남성백용 트윌리를 판매할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투미가 넓혀갈 남성백 카테고리 시장이 기대된다.


[TMI] 우리 부부가 투미의 Big fan이 된 계기
투미는 ‘To me’, 즉 ‘나에게 주는 선물’로 오해되기 쉬운 이름이지만, ‘성공과 행운’을 의미하는 페루 잉카 문명 성상의 이름인 ‘TUMI’에서 왔다.
백화점 매장에서 가방을 구매하고 나가려는 찰나, 판매 사원분께서 이런 말을 전해주셨다.
'투미는 성공과 행운을 의미한다고 해요. 이 가방과 함께하는 고객님의 여정에 성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투미 가방과 함께라면, 진짜로 성공과 행운이 깃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브랜드의 에센스를 담은 그 한마디가 우리로 하여금 투미에 좋은 인상을 갖게 해 주었고, 그 뒤 투미의 액세서리 지옥을 맛보며 점점 충성 고객으로 락인(lock-in)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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