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ESG 경영이 화두로 오르고 있습니다. ESG 경영이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 이념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속가능한 환경(Sustainability)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환경적인 영역은 일회용품 사용, 대중교통 사용 등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기업 차원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기업이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이루고자 하는 개인의 ‘능동성’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규모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책임’이 더해져야 이룰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키워드 검색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메조미디어 <지속 가능한 소비> 리포트에 따르면, 네이버의 최근 3년간 키워드 검색량 분석 결과, 기후위기(+239%), 탄소중립(+156%), 대체 식품(+149%) 등의 키워드가 3년 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메조미디어, <지속 가능한 소비> 리포트, 2023
각각의 기업들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여 다양한 방면으로 환경적인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제품 및 서비스에 직접적으로 반영을 하기도 하고, 기업의 CSR 활동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CSR 활동을 통해 공헌하는 기업들이 많았다고 한다면,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 등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치 소비에 힘입어 소비재에 녹아드는 환경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좌측부터 파타고니아, 프라이탁, 판가이아
‘지속가능한 환경’의 추세는 뷰티, 패션, IT 등 분야를 막론하고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업계는 그동안의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재고와 폐수로 인해 전 산업 중 쓰레기 배출이 두 번째로 많은 산업이라는 오명을 쓰며, ESG 경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파타고니아(Patagonia), 프라이탁(Freitag) 등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이념으로 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들이 탄생하기도 하였죠. 국내 패션 업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작년 말, 친환경 브랜드인 판가이아(Pangaia)를 국내에 론칭했습니다. 판가이아는 2018년 영국에서 론칭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로, 야생화로 만든 패딩, 과일 폐기물로 염색한 트레이닝복 등 모든 제품에 친환경 대체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르마니, 지방시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을 수입해 왔던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최근 가치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판가이아, 리포메이션, 세이브더덕 등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는 것에서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시류가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프리미엄 비건 브랜드 달바, 앰배서더 이효리
(좌) YSL 뷰티 리필 제품들 / (우) 도브 알루미늄 프리 데오도란트 스틱
뷰티 업계에서는 4년 전부터 ‘클린 뷰티’ 키워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클린 뷰티’는 비건, 친환경, 유해성분 배제 등을 포함하는 용어인데요. 글로벌적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에도 다양한 클린뷰티 브랜드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달바(d’Alba), 아떼(athe)와 같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클린뷰티’를 직접적으로 녹여내는 브랜드들이 있는가 하면, 분리배출이 쉽도록 리필형 제품을 출시하거나,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의 소재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브랜드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품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브랜드 스토어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신념을 넘어, 실천으로. 브랜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다!
메조미디어, <지속 가능한 소비> 리포트, 2023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이렇게 많아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이러한 브랜드들에 얼마만큼의 호감과 지불할 용의를 갖고 있을까요. 기업은 사회적인 책임도 다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입니다. 그만큼 고객들의 ‘신념’이 결국 ‘구매’로 이어져야 하는 다소 모순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기업의 ESG 경영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구매 행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조미디어의 <기업의 지속 가능 활동에 따른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지속 가능 활동을 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고객이 75%, 기업의 지속 가능 활동이 제품 구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고객이 61%로 집계되었습니다. 또한 한화투자증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MZ 세대 소비자 응답자 3명 중 1명이 ‘ESG를 고려한 제품 및 서비스에 추가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고객들에게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신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구매라는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념을 넘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고객들은 브랜드에서는 가장 중요한 고객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신념과 맞는 철학을 지닌 브랜드에 대해 기꺼이 강력한 팬이 되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수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파하고 행동합니다. 이처럼 신념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팬덤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힘이 됩니다. 파타고니아가 그랬고, 프라이탁이 그렇습니다.
반면, 신념으로 쌓아진 신뢰이기 때문에 그것이 거짓임이 밝혀졌을 경우 겪을 리스크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그린 마케팅이 떠오르는 것에 착안하여, 거짓으로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적용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한 브랜드들은 팬이었던 고객들에게 외면받게 됩니다. 스타벅스의 리유저블컵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타벅스는 환경을 생각하여 다회용 컵을 쓰자는 의도로 리유저블컵 이벤트를 진행하였으나, 정작 해당 컵의 재질은 PP로 일반 일회용 컵보다도 생산 시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해 내는 것으로 알려지며 그린워싱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굿즈를 받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대량의 음료를 주문하는 등 자원 낭비를 조장하는 것으로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회사 지분을 환경 비영리 단체에 매각한 파타고니아 회장의 편지, 2022
#지속가능성의 추구는 어떻게 브랜드의 팬덤으로 이어지는가
ESG 경영은 단순한 브랜드 전략이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고객을 당기기 위해 계산된 브랜드 전략으로서의 ESG는 그린워싱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성의 추구에는 철학이 담겨야 합니다. 진실된 철학에서 비롯된 ESG 경영은 고객들의 마음을 만지고, 열렬한 팬이 되게 합니다. 팬이 돌아서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진심을 담지 않으면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 바로 ESG 경영입니다. 신념으로 쌓인 신뢰는 철저한 철학과 실천으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 또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