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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7. 2024

몸이 삭는 매장 설치 철야 작업(feat. 통관지옥)

Day 8, 9 : 신규 매장 설치가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이틀 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

8월 8일에 브랜드 첫 매장과 팝업스토어를 동시에 여는 우리는, 8월 5일 밤 10시 반부터 철야 작업을 시작했다. (무려 사흘간 이어질 철야 작업)


왜 밤 10시 반인가.

유통사에서는 당연히 고객이 다니는 백화점 운영시간에는 공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데,

8시면 영업이 종료되는 한국 백화점과는 달리,

태국의 백화점은 밤 10시에 종료가 된다.

그러므로 매일밤 작업은 밤 10시 반 이후에서야 가능한 상황.

지독한 철야작업은 예정된 것이었다.


좀 일찍 닫자 애들아..




시작은 즐거우나 과정은 힘드리라

이때는 신났었죠


불이 꺼진, 고객이 없는 백화점을 들어가 본 것은 14년 만이었다. 신입사원 때 유통채널 OJT를 3달간 진행할 때 이후 처음이었다. 당연히 불 꺼진 백화점 매장에는 귀중품이 많으므로, 신분 검사가 철저하다.

필요한 작업자 이름, ID 카드 번호를 미리 제출 후 컨펌을 받고, 주차장의 작업자들 하역 장소로 들어가 여권 및 신분증을 제출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가 있다.

첫날인 월요일에는 이렇게 중노동일지도 모르고 V까지 하며 사진을 찍었다.






지독한 통관의 악몽, 드디어 안녕

결론 스포: 드디어 통관된 VMD


아, 고된 철야작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난 포스팅에서 주야장천 이야기했던 통관 이야기를 먼저 마무리지어야겠다.


이번에 태국 DHL에 학을 뗐다


월요일 저녁 도착하기로 했던 통관은 또 지연되었고,

분명 화요일 4시에 받을 수 있다고 월요일에 노티스를 받은 채로 월요일 밤 철야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화요일 오전만 해도 분명 이슈가 없다고 했는데,

오 마이 갓.

화요일 4시에 도착하기로 했던 통관은 화요일 아침 갑자기 또 지연이 된다고 연락이 왔다.

태국의 정부기관인 세관에서 하염없이 Inspection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남긴 채, 그 누구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려주지 못했다.

우리 현지 팀원들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끈을 찾아 세관 사람에게 연락해 읍소를 해보았으나, inspection에 들어갔기 때문에 도중에 꺼낼 수도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ㅠㅠ


그리고 우리의 태국 디자이너는 혹시나 오픈일까지도 세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우리에게 Plan B를 세우자고 하였고, 본사 디자이너들과 함께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Plan B는 없다는 것.

해당 국가에서 브랜드의 바로미터가 되는 브랜드의 첫 론칭매장. 이 압박스러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우리 디자이너분은 결국 눈물을 터뜨리셨다.


몇 달간 고생한 것의 끝은 결국 이것이었나...?

나도 쓴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일단은 현지시간 4시 반까지 기다려보기로 했고, 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현지 업체를 통해 조악 버전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에라완 사당에라도 가서 힌두신께 빌고 싶을 정도로, 너무 간절했고 너무나 압박스러웠다.





통관, 뭐 같았고 다신 보지 말자

쏴리질러!!!


그리고 그 약속의 4시 반...

귀신같이 현지 담당들에게 연락이 왔고, 진짜 Inspection이 끝나 진짜 오고 있다는 소식.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모든 것이 다 잘될 줄로만 알았다.

(착각 좀 그만. 이쯤 당했으면 의심할 만하잖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를 않나

작업현장에서의 맨발 투혼


사실 시작부터 불안한 징조들이 있긴 했다.

갑자기 비가 쏴아아 쏟아지더니,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작업 현장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란 지시를 받았다. (안 벗으면 벌금 37천 원)

월요일에는 신발을 신고 진행했기에 이런 상황을 생각 못한 일부 담당들은 이 나무조각과 전선이 돌아다니는 이곳에서 맨발 투혼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시련은 약과 오브 약과였다.


현지 업체에서 우리의 집기를 제작하기로 한 업체는 무수한 이슈들로 인해 어찌 됐든 일정이 간당간당한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최종 퀄리티 체크를 본사에 받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일단 일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자세하게 적을 순 없으나 어쨌든 많은 부분이 우리의 눈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늘은 왜 이리 예쁜건데. 더 슬프잖아


그로 인해 저녁 10시 반에 시작된 철야작업은 아침 6시 15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긴급 수정되어야 할 몇 곳을 포함해 오픈 하루 전인 오늘 모든 것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어찌나 어제의 현장이 산업 재해 수준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손풍기 사진을 첨부한다. 나의 새하얗던 손풍기는 물로도 씻기지 않는 검댕이들이 잔뜩 묻어 돌아왔다.

현장에서 마스크 필수, 물 필수!


에이 지지...





그리고 오늘 론칭 전 마지막 설치 점검이 진행된다.


제발,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서 조금의 행운을 저에게 나눠주시기를.

태국에 럭셔리 K뷰티를 전파할 수 있기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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