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너무나 고생한 우리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원래는 내가 사려고 했는데, 이게 웬일! 법인장님께서 쏘신다고.
마다할 이유가 없지.
법인장님,아티스트 세분과 나, 그리고 현지 한국 직원 이렇게 여섯 이서 맛있는 한식을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왜 아티스트 한분이 안보이시지?
여쭤보니 갑자기 아프셔서 오후부터 자리를 비우셨다고 한다.큰일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우리끼리 맛있는 소고기 파티를 했다.
옛날 느낌으로 '헤라, 백억'을 외치며
회식이 끝나고 혹시나 해서 연락을 해보니 괜찮긴커녕, 몸이 뜨겁고 근육통과 장염 기운이 있으시다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인지라특히걱정이 됐다. (마침 그날 태국 팀장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고.)
특히나다음 날 저녁 11시에 바로 귀국행 비행이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그래서 그냥 참기보다는 병원에 데려가기로 하고 나와 한국인 직원이 출동. 그랩을 타고 모시고 가려했는데, 다행히 법인장님께서 기사가 달린 차를 내어주셔서 편히 갈 수 있었다.
깔끔하고 캄한 방콕 응급실
태국 응급실 의사들은 앉아있을 시간이 있네?
덕분에방콕 응급실 구경
우리가 방문한 병원은 밤룽랏 국제 병원. 나나역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방콕에 있는 병원 중 비싼 병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 보다도 우리같이 여행자보험이 있는 외국인들이 가기 좋은 곳(오일머니분들이 많으셨다). 덕분에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영어가 통한다.아티스트분께서는 우리에게 거듭 미안하다 하셨지만, 이런 기회로 방콕 응급실도 구경 와보는 거지 뭐.
증상을 이야기하자, 코로나 검사와 함께 구토 억제제 및 진통제를 링거로 맞자고 했다. 재밌는 것은 뭔가 우리나라 의사분들처럼 진단을 확정적으로 내려주고 그에 맞는 처방을 주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의사를 묻는 편이었다.
"이러 이런 링거 맞고, 먹는 약 타서 갈래? 피도 뽑아보는 게 어때?" 이런 느낌.
피검사를 제외하고 링거와 약을 처방받기로 하고, 영수증을 받아보니 약값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미 50만 원!
해외에서 아프면 심정이 서럽기도 하지만, 물적으로도 서럽다. 출장이라 질병 한도 2천만 원짜리 여행자 보험이 있어서 새삼 다행이었다.
그렇게 2시간 링거 맞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 끝나고 집에 가기 전 결제를 하고 보니, 약이틀 치까지 합쳐 결국 65만 원 달성.
해외에서 아프면 진짜 여러모로 서러운 거다.
한국인의 리뷰가 좋음. 놀랍게도 증상과 금액이 똑같네
원영도 절레절레하는 방콕. 럭키비키가 웬 말.
이쯤 되니 참으로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태국이구나,를 느낀다. 다시 시점을 일주일 전으로 돌려볼까.
이번 행사를 위해 부사장님, 각 팀의 팀장님, 아티스트분들께서 순차적으로 방콕에 도착하셨다.
나는 이미 몇 주 전에 와있던 터라, 다들 어디에 묵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센트럴 칫롬 옆에 있는 홀리데이 인을 잡으신 거다.
사실 홀리데이 인부터 재앙인데, 체크인 과정에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당연히 논 스모킹 룸을 예약을 했는데, 체크인을 하려고 보니 모두 스모킹 룸을 배정해 줬다는 것이다. (덜덜덜)
"우리 논 스모킹 룸 예약했어"라고 하니,
"응 아니야, 너넨 스모킹 룸"이라는 그들.
논 스모킹 룸이 적힌 인보이스를 보여줘도, 시스템의 어느 부분에서 꼬인 건지 자기들의 시스템에서는 스모킹 룸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다이나믹 듀오가 부릅니다. 스모크.
하필 지금 유럽인들이 휴가를 오는 기간이라 해당 호텔은 풀 부킹, 다른 홀리데이 인들도 풀 부킹. 결국 바꿀 수 없었다고.
그렇게 결국 미디어 이벤트에 참석하러 오신 부사장님께서도 홀리데이 인의 스모킹 룸에 묵게 되셨다. 이런 재앙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