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틴 Aug 15. 2024

씨 유 어게인, 방콕. 팝업 종료. 출장 종료.

Day 17 : 일주일간의 대장정 끝. 충전기 시작.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마지막 날.

센트럴 칫롬에서의 일주일간의 팝업스토어.

드디어?! 마침내?! 종료.


딱 일주일 전인 8월 8일, 매장과 팝업 스토어 오픈, 그리고 미디어 행사를 모두 한 날에 진행하면서 참 많이도 속이 썩었었다.

그때는 악몽 같이 시작한 이 팝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들 미디어 행사 끝나고 한국으로 빠르게 돌아갔는데 나는 굳이 왜 여기에 끝까지 남아있겠다고 한 건지 후회스럽기도 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관리감독할 일이 많을 줄 몰랐다)


미디어 행사가 끝나고 방치된 팝업을 보니 한숨만 나왔고, 더 푸시하면 본사가 또 시작이라는 소리 들을까 봐 적당히 애써 흐린 눈을 해야 했던 일주일이었다.


그렇게도 기다려왔던 마지막 날인데 왜 후련하지가 않을까. 그제야 못내 미련이 남아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았다.

아티스트분들의 말을 하나하나 잘 전달해 주려고 애쓰는 통역사분들, 헤라의 서울뷰티를 찰떡같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델분, 일주일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우리 제품에 각인을 해주시는 각인 장인분,  항상 웃으면서 고객들을 참여시키려는 프로모터분들, 메이크업 서비스부터 판매까지 최전방에서 노력해 주시는 아티스트분들, 그리고 더 많이 배우려고 하는 현장 판매직분들. 한분 한분 모두가 소중하고 감사했다. 계시는 동안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에 너무 인색했던 것이 아닌가 되돌아본다.


물론 9월에 또 다른 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지지고 볶겠지만, 그때는 이 감정을 다 잊고 또 내가 미쳤다고 이러고 있다고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에서 헤라의 첫 도전기는 이제 끝.


우리의 가열찼던 일주일





힘든 것도 사람, 힘을 주는 것도 사람. 결국 사람.

팝업의 종료와 함께 나의 3주간의 장기 출장도 무사히?! 끝이 났다.  첫 주간은 오피스에서 일하며, 야근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반면 해외에서 일한다는 그 생소함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두 번째 주간이 최악이었는데, 3일간의 철야로 몸이 힘든 것도 힘들었지만 사람을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다. 믿었던 '동료들'과 옥신각신하며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던 그날들이 지금 생각해도 눈물겹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며 혼자 다짐했던 것이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이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날카로워지더라도 저 말을 되새기며 최대한 무딘 칼을 내고자 했다. 그런데 그 다짐이 가장 지켜지지 않았던 일주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게 정말 괴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일주일은 체념, 후회, 내려놓음 등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그렇게 또 했을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던 최상의 노력을 했고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번 출장으로 얻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 준 현지 한국분들, 그리고 내가 주야장천 언급하는 나의 슈퍼맨 친구들. 너무나 고맙게도 나의 마지막 저녁을 함께해 주었다.

방콕에서 전혀 특별하지 않은, 단 하나의 점, 원 오브 뎀으로만 존재했던 나에게 선이 되어 준 그들.

그래, 사람이 가장 힘들지만, 또 사람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부터 나는 5일간의 휴가를 가지려고 한다.

그 5일간은 핸드폰의 모든 알람을 끄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 전념할 생각이다.

그래야 또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므로.


굿바이 방콕, 씨유 어게인 방콕.

잠시만 안녕 방콕


곧 또 봐, 방콕
매거진의 이전글 원영도 절레절레 버라이어티 방콕, 동료의 응급실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