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샤넬, 입생로랑, 지방시, 심지어 발렌티노 등 수많은 패션 하우스들이 뷰티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뷰티 시장에 쉽사리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던 프라다였다.
그러던 작년 여름, 드디어 프라다가 뷰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주변의 다른 패션하우스들이 뷰티 시장을 통해 끊임없이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브랜드 이미지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을 교훈 삼아,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23년 8월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24년 2월 미국 등 서구 시장에 진출하였고, 24년 3월 일본, 4월 중국 하이난 면세 팝업 그리고 올여름인 7월~8월 사이 한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연이어 런칭을 하고 있다.
(단, 프라다 향수 패러독스는 22년 런칭. 이후 23년 메이크업 및 스킨케어 라인으로 확장)
이렇게 연이어 런칭을 진행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프라다 뷰티에 계속해서 노출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나만 해도, 7월 말 태국 장기 출장을 떠나는 날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신세계 면세점에서 팝업으로 만났고, 8월 3일 태국의 센트럴 칫롬에서 첫 매장을 만났으며, 태국 출장에서 돌아온 8월 21일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팝업스토어로 한 번 더 마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사람들은 프라다 뷰티의 대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약 8년을 일한 나에게도 동시런칭의 기회는 여러 번 찾아왔었다. 허나 소비자의 입장과는 달리, 기획자의 입장에서의 동시런칭은 그야말로 고난의 늪이었다. 통상 보름에서 한 달 사이 여러 국가에 런칭하는 것을 글로벌 동시 캠페인 혹은 글로벌 동시 런칭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여러 국가에 보름에서 한 달 사이 연이어지는 흐름으로 제품 혹은 캠페인을 런칭해야 한다면, 나는 언제까지 제품 혹은 캠페인을 준비해야 할까?
정답은 국가 바이 국가. 정답이 없음이 정답. 즉, 노답.
여러 국가에 신제품을 동시 런칭한다고 가정해 보자. 런칭 전 각 국가별 허가 및 등록은 필수이다(미국의 FDA, 중국의 베이안 등). 그런데 이 허가 및 등록 프로세스가 난이도, 리드타임, 비용 등의 측면에서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등록 절차가 상당히 간단한 데에 반해, 중국은 허가 프로세스가 아주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허가 리드타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기능성이 없는 제품은 약 4.5개월, 자외선차단/미백/주름개선 등의 기능성이 있는 제품은 최소 18개월은 잡아야 한다. 선적 및 런칭 일정까지 고려하면 각 6개월, 20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므로 만약 내가 24년 9월 한국과 중국에 하나의 제품을 동시에 런칭하려면, 기능성 없는 제품은 약 24년 3월에 완료가 되어있어야 하고, 기능성 있는 제품은 이미 23년 1월 정도에는 완료가 되어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기획자 입장에서 동시런칭은 재앙과도 같은 셈. (제품 개발자 혹은 국가 담당자에게 하루, 일분, 일초의 가치를 생각해 보라!)
이미 제품을 그때까지 완료하는 데에 모든 힘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막상 글로벌 시장에 동시 런칭을 한다한들 그 의미를 느끼기엔 너무나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소비자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세감을 몸소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으리라.
오늘도 다 새 거다. 호미매고 동시 런칭하러 가자스라
그랬던 내가 프라다 뷰티로부터 글로벌 동시 런칭, 글로벌 동시 캠페인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요즘같이 온/오프라인, 국내/외 경계가 없는 노마드의 삶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오프라인과 디지털 경계를 넘나들며 프라다 뷰티를 경험하는 소비자로서, 요즘 이만한 대세 뷰티 브랜드가 손에 꼽아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하니 또 국가 담당자로서 글로벌 동시 캠페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 기획자로서의 번거로움, 애환은 구석에 고이 접어놓고, 소비자 입장에서의 대세감을 고취시키고자 그렇게 논밭 매러 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