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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Jul 29. 2019

브로크백마운틴 & 콜미바이유어네임

Brokeback Mountain Call me by your name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마운틴'(2006)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미바이유어네임'(2017).



두 작품 모두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모두 받았던 작품입니다. 영화 자체가 주는 느낌은 꽤 다른 편이지만 어쩌면 같은 러브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를 한 번쯤 같이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브로크백마운틴'의 시대적 배경은 1963년부터 1983년 까지입니다. 반면에 '콜미바이유어네임'은 1983년 여름의 한 때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현대로부터 어느 정도 과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브로크백마운틴(이하 브로크백)이 마초들의 전유물로 대개 인식하는 카우보이 둘을 내세우지만 광활한 초원 지대와 산맥의 대자연 앞에서 그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두 사람으로 그렸다면 콜미바이유어네임(이하 콜바넴)은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난 것만 같은 푸른 정원과 따스한 햇살 아래서 달콤한 꿈을 꾸었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올리버(아미 해머)의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동성애의 사랑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배경음악은 좀 차이가 있는데 브로크백에서는 대자연의 생동감같은 느낌을 표현해주는 스코어를 입혔다면 콜바넴에서 사용된 사카모토류이치의 음악은 어딘가 동화 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경쾌함과 신비함을 불어넣습니다. 이 차이는 앞으로의 진행될 두 작품의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가 다를 것임을 나타내주기도 합니다.





                 





                        

브로크백은 잭과 델마가 처한 현실을 매우 디테일하게 말합니다. 그 둘이 어떤 성장과정을 겪었는지 미래에 대한계획은 무엇인지 모닥불을 둘러싼 그 둘의 대화에서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목장 일을 마치고 그들이 돌아가야 했던 현실에 대한 묘사는 결코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음 안의 상자에 눌러담은 채 간직해야했던 그들의 사랑은 잭의 용기로 인해 다시 이루어지게 되고 진실되지만 당당할 수 없는 그들의 관계를 어렵게 이어나갑니다.


             



                        

엘리오와 올리버 역시 둘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이 꽤 길게 그려지는데 이 둘의 관계에 서있는 갈등은 사회적 배경이 아닌 흔한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엘리오가 마르치아와 만나는 모습을 통해 성정체성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에 대한 갈등보다는 그저 흔한 삼각관계의 한 과정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의 미모에 있기도 하지만(너무나도 예쁜 그들) 그 둘의 베드신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점도 지적해 볼 수 있습니다. 각색을 맡았던 '제임스 아이보리'가 베드신에 대해서 중요함을 강조했지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부분을 대중성과 흥행을 위해 삭제했는데 그로 인해 둘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베드신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많이 생략된 탓에 그 둘의 사랑은 다소 플라토닉하게 보이기도 했고 그 둘의 미모처럼 아름다운 화면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사로잡습니다.


              


                      

반면 브로크백에서는 잭과 델마의 베드신이 꽤 높은 수위로 표현됩니다. 브로크백이 첫개봉 시점이 2006년도였는데 당시만 해도 동성애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지금보다는 훨씬 부정적이었을 때입니다. 이안 감독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작이라는 마케팅에 영화를 보러 갔던 친구가 중간에 극장 문을 박차고 나왔던 일화가 있네요.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두 카우보이의 우정을 그리는 줄 알고 보다가 갑작스런 베드신에 당황한 분들도 꽤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잭과 델마가 카우보이였고 특히나 델마가 말수가 적고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캐릭터였음을 감안하면 그 둘이 왜 사랑에 빠졌는가에 대한 감정선 묘사는 매우 은밀할 수 밖에 없었고 일반인들은 이를 쉽게 눈치채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콜바넴에서는 여성 캐릭터(마르치아)의 역할이 무게감이 약한데 비해 브로크백에서는 잭의 아내 로린(앤 해서웨이)과 델마의 부인 알마(미쉘 윌리엄스)가 큰 비중을 가져갑니다. 둘다 결혼도 하고 자식까지 낳았지만 둘의 관계를 눈치챈 알마와 델마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델마는 잭에 대한 마음과 가정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만 결국 가정도 깨뜨리고 잭의 마음도 충족시켜 주지 못합니다. 델마와의 도피를 원했던 잭은 그의 죽음을 감정없이 델마에게 얘기해주던 로린의 말을 통해 잭 역시 그의 가정에서 행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 둘의 약속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는 연인들처럼 이별여행을 떠나고 사랑합니다. 서로의 이름으로 불리우면서 자신의 사랑이 채워짐을 확인하고 행복해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찾아옵니다.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별을 하게 되지만 그들의 대처는 다릅니다. 엘리오는 이별의 슬픔을 보듬어주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지만 델마는 그렇지 못했으며 잭은 영원한 이별인 죽음의 길로 갔지만 올리버는 이성의 약혼자와 결혼해 또다른 행복의 길을 갔기에 엘리오의 상처는 다릅니다. 엘리오는 약속된 시간이 지난 후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전화에 완전한 이별임을 알고 슬퍼했지만 델마가 잭의 셔츠를 찾았던 그 감정과는 달랐을 것이고, 수프얀 스티븐스의 Visions of Gedion 가 배경에 깔리며 벽난로 앞에서 눈물을 삼키는 엘리오는 이 모든 것이 첫사랑의 환상 같은 것이었음을 알기에 아파하는 소년의 모습과 같습니다.





                

엘리오의 마지막 모습은 매우 인상깊고 아름다웠고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지만 이루어지지 못하는 첫사랑 뒤에는 으레 더 성숙할 것임을 알기에 엘리오의 미래를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잭의 셔츠 앞에서 'I swear'를 말하던 델마의 다짐은 잭을 향한 그의 사랑이 영원할 것을 말합니다.



1983년 여름 휴가를 보냈던 엘리오의 사랑은 첫사랑은 환상과 같은 것이기에 관객들의 향수를 일으켰고 그에 어울리는 이태리 어느 섬의 여름 날의 따사로운 날씨와 시골길 배경들은 짧은 여름휴가와 같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살랑 흔들어 놓고 간 것만 같습니다.





                           

브로크백마운틴이라는 대자연 앞에서 만났던 운명같은 잭과 델마의 사랑은 그 산을 떠나왔을 때부터 메마른 사막과 끝없는 길에서 만나기 어려웠으며 잭을 잃은 후에야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델마의 모습 또한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사랑의 한 모습일 것입니다.




닮은 영화라 생각해서 시작한 랑데뷰 리뷰인데 막상 되짚어 보니 다른 점들이 많네요. 둘다 아름다운 영화였고 오래도록 여운에 젖었던 영화들이지만 꾹꾹 참아내던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던 델마의 얼굴이 떠오르는건 그가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들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건 우리가 꿈꾸거나 추억했던 첫사랑 또는 영원하고 진실된 사랑, 나와 너의 모습들이 어딘가 녹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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