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ddin, 2019
4DX 관람을 노리다가 이제서야 관람을 했습니다. 용산 4DX관에서 보려고 여태 잠복했네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1992년에 나왔고 2019년도에 와서 실사화가 이루어졌으니 무려 27년만인가요? 당시에 실사화는 꿈꿀 수 없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처럼 만들고 있는 시대입니다. 약 30여년이면 한 세대쯤 지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전체 관람가 영화인만큼 어린 세대들에게는 알라딘이 오직 2019년도 실사 버전만으로 기억되겠군요.
사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디테일은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 두 작품을 세세하게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텐데 그게 안되네요.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는 몇년 째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제대로 되겠어라고 했던 의심도 있었지만 '정글북'을 보고나선 불가능이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차례차례 모든 애니메이션을 실사화에 옮길 태세인데 그 정점은 최근에 개봉한 '라이온킹' 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과정에서 염려되던 부분 중에 하나가 원작 시나리오에 대한 수정 여부였는데 지금까지는 이 부분에 대해서 큰 논란은 없어 보입니다. 다행이랄까요? 아빠가 기억하는 알라딘과 아들이 기억하는 알라딘 내용이 달라서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 디즈니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30여년이 지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오리지널 버전의 잔상이 남아있는데(특히 어린 시절에 보신 분들이라면) 이게 후세대 감상과 충돌을 일으킨다면 좀 우려가 생기겠죠. 더군다나 이 전환 과정에 있는 모든 영화들이 전체 관람가 등급이기에(아마도..) 미래세대의 가치관 정립에 어쩌면 꽤나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큰 범주의 도덕적 관념이야 30년이 지난다 한들 변하지 않았겠지만 사실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볼 때야 주변에서 외국인 한 명 보기 힘들었던 시절이고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의 피부색이 어떻든 그저 동화 속 얘기로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 실사 영화를 보는 아이들에게 기억될 자스민 공주의 모습과 알라딘은 어떨까요? 어쩌면 먼 상상속 나라의 공주가 아닌 이웃 또래 친구의 모습에 자스민 공주의 모습을 투영시키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 편 아직도 갈 길이 멀다지만 국제적 문화의 분위기에서 여성의 지위도 많이 높아졌습니다.(이런 표현 자체가 불필요한 시점이 되어야 할 때가 와야겠지만..) 자스민 공주는 더이상 예전 이야기 속에 머물고 있지 않습니다. 피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술탄(왕)이 되어 백성을 보살피고자 하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줍니다. 극 후반부 두 번째 'Speechless'를 자스민 공주가 부를 때 꾸준히 한 방향으로 흘러왔던 타임라인을 멈추고까지 힘주어 강조하는 씬은 꿈을 꿀 자유조차 부족했던 구세대의 여성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자파'가 공주에게 계속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스민 공주의 성장과 의지를 부추기게 하는데 사실 좀 과하지 않나 싶지만 전체 관람가 등급을 고려했을 때 이런 명확함도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바로 얼마 전 앞으로 실사영화로 제작되는 '인어공주'의 캐스팅 발표가 있었습니다. '할리 베일리'라는 흑인 여배우가 주인공 '애리얼'역에 캐스팅 되었죠. 기존에 가지고있던 인어공주의 이미지와는 다른 인물이죠. 다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었나요? 아님 여전히 당혹스러우신가요?
디즈니가 단순히 기술의 힘을 빌려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현재 헐리우드의 과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디즈니의 행보를 여과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쩌면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방향이 좋은쪽이라 하더라도 견제자의 존재는 필요한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최근 디즈니의 FOX 인수는 좀 아쉬운 일입니다.
4DX에 관한 얘기를 좀 하자면 기대보다는 좀 아쉽긴 했습니다. 지난번 관람한 고질라:킹오브몬스터의 4DX 효과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알라딘의 매직 카펫이 그렇게 박력있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SCREEN X 효과도 없었기에 현재 예매 전쟁을 불사르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실망감이 조금 들긴 합니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매우 흥겨웠기에 전체적인 4DX효과가 모나지 않게 잘 배치된 것 같네요.
개봉 몇개월 전에 봤던 윌스미스의 지니 스틸컷 사진을 봤을 때는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영화보고 나서는 윌스미스가 지니 역할을 위해 태어났다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네요. 여장 댄스 씬은 정말이지 ㅋㅋㅋㅋㅋ 윌스미스 하면 생각나는 대표작 중의 하나인 아이엠레전드 때와 비교한다면 정말이지 극과 극이네요.
아직도 기세가 그칠 줄 모르는 알라딘의 열풍은 4DX관람 열기에 이어 싱어롱 특별 상영까지 하더라구요. 작년 보헤미안랩소디의 롱런이 생각나는 현상입니다. 보헤미안이 넘지 못했던 1000만 관객도 가뜬히 넘어버린 알라딘의 양탄자는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이미 국내에서는 라이온킹보다도 더 큰 흥행이 보장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