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SF 영화화면 생각나는 그 이름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를 제일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와 같은 세대시거나 형님 누님들이시라면 터미네이터를 더 먼저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터미네이터 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참 큽니다. 1984년 1편의 충격과 1991년 2편의 등장은 터미네이터의 존재에 대한 큰 팬덤을 형성했죠. SF 물에서 크리처로서 가지는 그 위상은 에이리언과 함께 양대산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위상만큼이나 과거의 유물로 남겨두긴 너무나 아쉬운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이기에 때 되면 한 편씩 한 편씩 나오곤 합니다. 늘상 기대감으로 찼다가 아쉬움으로 돌아서는 일이 많긴 했지만요. 이번 다크페이트는 그 간의 그런 불신을 씻어내고자 제임스카메론의 이름을 제작자 위치에 살짝 얹어서 돌아왔죠. 그간의 속편은 잊어라~! 2편 이후의 제대로된 속편은 이번 편이다! 라면서 말입니다. 어찌 기대가 안되겠습니까. 다들 흥분한 마음으로 달려가셨을 텐데.. 여기저기서 실망의 소리가 들려 못내 안타깝습니다. 저역시 실망감이 있지만 팬심으로써 리뷰 달려보겠습니다.
-스포일러 있어요~-
T2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느끼셨겠지만 대단히 많이 부분들이 그대로 차용되어졌습니다. 굳이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영화의 마무리까지 예상 가능하게 흘러갑니다. T2에 대한 오마쥬라고는 하나 팬들의 목마름이 그저 추억팔이 영화를 보고자 함은 아니었기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페이트가 변화에 노력했던 부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크페이트를 토닥여주기 전에 먼저 T2부터 조금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개봉 당시 T2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들의 기대치와 상상력도 모두 넘어섰던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들 (모두의 머리에 각인된 아놀드슈왈츠제네거 형님의 얼굴=터미네이터! 그 누구보다 강력한 여전사 린다해밀턴,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미소년 에드워드 펄롱). 스케일 넘치는 액션 씬들(트럭 체이스씬, 헬리콥터 추격씬 등등) 뭐 온갖 요소요소들이 관객들에게는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액체 금속이라는 T-1000의 모습은 정말 상상초월한 장면들을 많이 보여줬죠. 손가락 까딱이던 로버트 패트릭 분의 모습은 정말이지 압도적인 빌런의 모습 이었습니다.
제작사는 당연스레 3편 제작을 원했으나 카메론 감독이 연출을 거부했고 아놀드 형님 또한 카메론 감독이 아니면 출연하지 않겠다 하며 거부했으나 결국 그 떄 기준 최고 출연료 3000만 달러 제안에 아놀드 형님을 다시 등장시키고야 맙니다. T2가 그래픽효과와 건액션에 초점이 있었다면 3편에서는 터미네이터 자체의 육중한 무게감을 살려서 액션 촬영에 집중했습니다. 도로 건설하고 건물지어다가 아놀드 형님 몸으로 때려부수던 장면들은 박력있긴 했습니다. 다만 3편의 문제는 존코너가 에드워프 펄롱이 아니라 닉 스탈 이란 배우로 교체된 점, 린다 해밀턴 대신 클레어데인즈 가 나왔다는 점이 참.. 비쥬얼이 갑자기 폭망한 느낌이죠. 터미네이터 자체에만 너무 집중하다보니 주변 인물들까지 너무 신경쓰지 못한게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클레어데인즈&닉스탈
그래서인지 다음 편인 미래전쟁의 시작은 상당히 다른 위치에서 영화를 전개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 편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작에서 벗어난 스토리 전개와 다양한 모습의 터미네이터들은 그래픽적으로도 보여준게 많았구요. 다만 역시나 캐릭터 부분에서는 존재감이 여전히 약했습니다. 존 코너로 크리스찬 베일을 내세우긴 했는데 그 외의 주변 인물들이 인지도 면에서도 그렇고 극 내에서의 아우라도 미미했던거 같네요.
독창적인 디자인들이 돋보였던 미래전쟁의 시작
제니시스 편은 음.. 왜인지 가장 최근작인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이병헌이 T-1000으로 나와서 단명했단 것 외에는 역시나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구요. 존 코너 역의 제이슨 클락도 역시나 맘에 안들었던 것 같습니다. 터미네이터는 다른 배우로 교체될 수 없단걸 알고 있기에 주구장창 아놀드 형님을 불러 냈음에도 존 코너는 계속 다른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혼란만 주었고 전작들과 이어지지 못하는 스토리 전개 역시 작품에 방해요소가 되었습니다.
제니시스 편의 존 코너
그래서!!! 다크페이트는 중간작들을 모두 무시하고 T2의 속편은 우리다! 라고 천명하고 이야기를 펼칩니다.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은 존 코너에 더이상 목매지 않았다는점. 그래픽으로 소환된 에드워드 펄롱의 모습은 짧고 아름다웠습니다. ㅠ.ㅠ 대체불가한 아놀드 형님과 함께 린다 해밀턴 누님까지 소환되셨습니다. 이렇게 멋지게 돌아오신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여전히 시니컬 하시고.. 존 코너의 대체 캐릭터로 나온 '대니'와 T-1000의 대체인 'Rev-9'은 헐리우드의 최근 트렌드에 맞춰서 캐스팅된것 같더군요. 그런데 기억에 안 남아요....
'Rev-9'을 보면 예전 T-1000의 액션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3편에서 T-X(크리스티나 로컨)이 보여줬던 액체금속과 고강도 금속의 결합버전을 발전시켜 각각의 개체로 분리되어 운용 가능하다는 점은 신선했으나 액션은 그대로에 그래픽만 좀 좋아진 것만 같은 느낌은 아쉽네요.
블레이드러너 2049
다크페이트에서 가장 반기는 부분은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입니다. 맥켄지 데이비스가 아직 낯선 분들도 계실텐데 '마션'에서 단역으로 엔지니어 모습으로 나오기도 했구요. '블레이드러너 2049'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나오는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네요. '툴리'를 보셨다면 어떤 마스크의 소유자인지 아실겁니다. 그런 그녀가 다크페이트에서는 터미네이터가 아닌 강화 인간으로 등장합니다. 모델 같은 늘씬한 체형과 청순한 얼굴의 그녀가 여전사로!!
너무 멋져요. 날 가져요 엉엉 ㅠ.ㅠ
여전사로서 가져야 하는 이미지를 그레이스는 아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웬만한 남자 캐릭터는 우습게 내려다볼만한 멋진 외형과 짧은 금발머리. 다부진 표정과 얼굴. 하지만 그 안에서 비쳐지는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 ㅠ.ㅠ 그레이스를 T-X와 같은 터미네이터가 아닌 강화인간으로 설정한 점이 그레이스의 장점을 아주 잘 받쳐줍니다. 그동안 사랑 받아온 여전사 캐릭터들을 돌이켜보면 여전사가 갖추어야 하는 미덕이 단순히 남성을 뛰어넘는 강함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사라 코너도 모정 넘치는 캐릭터성을 분명히 했고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 또한 모성애를 보여주던 장면들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가질 수 없는 여성들의 강함과 마음의 유연함이야말로 여전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점인 것이죠.
재소환이 반가운 아놀드 형님은 본인 스스로 extremely 하게 funny 하다는데 ㅎㅎㅎ 여전히 유머감각은 꽝이십니다. T2 때 i Hasta la vista!(아스따라비스따) Baby! 하던 때가 제일 재밌는거 같습니다. 린다 누님이 아놀드 형님에게 Damn it 칼! 을 외치던 장면은 애증의 관계가 세월과 함께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이야기 구성은 처음 언급한대로 T2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서사 전개의 템포는 좋습니다. 그게 그냥 익숙하다는게 문제죠. 오히려 T2를 안 보셨다면 매우 즐겁게 보시진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분들이 있을까나 몰라요~. 결말도 나름 정리가 잘 되었는데 이대로 이어서 후속편을 또 갈 수 있을지는 걱정이 되긴 합니다.
카메론 감독님이 돌아오시지 않는한 T2의 영광이 재연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아쉬워서 글이 길어졌는데 전 매켄지 데이비스 만으로도 만족하며 이 영화를 보냅니다.
카메론 옹의 후속편을 기다리며..
언제 찍을거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