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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Jul 31. 2020

더 포스트 & 스포트라이트

The  Post & Spotlight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예전부터 싫어하던 직업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






 라며 무작정 들이대며 예의라곤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못할 태도는 내 눈쌀만 찌푸리게 했다. 위의 표어가 면죄부라도 된 것 마냥 타인을 몰아붙이는 안하무인적 태도는 희대의 살인마조차 그들 앞에서는 피해자가 된 것 처럼 보였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그들의 태도는 나에게는 되려 왜곡된 이미지만을 심어주고 있었다.




 이전 직장에서 유명 일간지의 기자들을 만날 때면 보도를 부탁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들은 왕이나 다름 없었다. 내가 그 일간지들의 사장인지 직원을 만나는건지 구분이 안갈 지경이었다.




 소수언론이 정보를 쥐고 대중을 우매하게  휘어잡던 시기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그 힘이 퇴색되어지는것 같았지만 지금은 다수의 언론이 여전히 대중에게 낚시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느 날은 우연히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는데, 지하철에서 대학생으로 보여지는 한 여학생이 노트북을 꺼내든 채 옆의 남자친구와 잡담을 나누는채 타 언론의 기사를 퍼나르며 한 연예인의 기사를 올리고 있었다. 구글에서 검색한 이미지에는 워터마크 또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새겨놓았다.




 자유의 힘을 키운 언론은 그와 더불어 거짓이란 뒷주머니도 같이 부풀렸고 그 안에 기생하는 기레기들 또한 늘어갔다.






 이런 가운데 언론의 순기능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가 있다. '더 포스트' 와 '스포트라이트'.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행크스, 메릴 스트립






 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 를 보도했던 워싱턴 포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정부의 베트남 전쟁에 관한 비밀행위에 대해 탄압을 무릎쓰고 폭로를 한 사건으로 보도결정을 내리기까지 갈등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진다.





 스필버그 감독이 상당히 빠르게 제작과정을 소화한 이 영화는 두 명배우의 열연과  감각있는 카메라 워크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들을 긴장감있게 풀어나간다. 진실에 대한 열의로 가득찬 벤(톰행크스)의 모습과 보도 후의 결과에 대해 자본주의의 기업인과 언론인의 사명에서 갈등하는 캐서린(메릴 스트립)에게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언론의 책임에 대해 느낄 수 있다.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대체로 깔끔한 맛이 있다. 마치 NG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마친 촬영처럼 극의 전개와 구성이 늘 모난데 없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긴장감은 유지하지만 오버스러움은 없이, 감정은 있지만 지나치치 않게 늘 그렇게 관객의 눈과 마음을 적당한 템포로 끌고간다. 이런 스필버그의 지휘아래 배우들은 잘 따라주기만 하면 되지만 노련한 배우들은 늘 그 안에서도 빛나기 마련이다.











 더포스트의 한 장면을 뽑자면 캐서린이 보도 여부의 결정을 내리는 장면일텐데 자칫 기업인과 언론인으로서의 정부와의 갈등으로만 보여질 수 있는 장면을 '이 결정이 전쟁터의 젊은 청년들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냐?'는 캐서린의 말로 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감독 - 토마스맥카시


출연 - 마크 러팔로, 마이클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








 이 작품은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취재 및 보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종교를 방패 삼아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제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스포트라이트는 언론 보도의 목적성에 기인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카톨릭이 사회의 큰 구성요소라는 점 때문에 묵인되어온 과오를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은 충분한 정당성이 있어 보인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취재과정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묘사된다. 보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취재원들에게 조심스레 접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맹목적인 보도를 위함이 아닌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는 충분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월터(마이클 키튼)가 피해자 후배를 찾아 취재하는 장면은 직접적인 묘사를 배제하고도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를 표현해냈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순히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취재의 깊이에 의존한 스릴러에만 기대지않고 자아비판적인 국면을 보여준다. 이미 여러번 진실을 보도할 수 있었던 기회를 '보스턴 글로브' 스스로 외면하고 망각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들의 진성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또한 9/11 테러 발생과 관련해 보도시점을 조절해야 했던 점은 보도 조절의 적절한 효과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위적인 조절에 대한 우려 또한 품게하기도 했다.








 서두에서  무책임하게 확장된 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했지만  리스크를 감내하고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순수성과 자아비판을 수반해 성찰하는 언론이라면 아직 대중을 대변할 기회가 충분함을 이 두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 낚시질에 열심이신 기레기분들께서 이런 영화들을 좀 보셔야 할텐데 말이다.
















 p.s - 스포트라이트 가 작품상과 각본상을 가져간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잘 짜여진 각본아래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준 배우들이 가져갈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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