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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발레'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묘약 'Attitude'

17.11.2018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설렘 느끼도록 살짝 차가운 토요일 아침, 곡물 시리얼과 두유, 야생 로즈메리를 펜에 놓고 그 싱그런 향을 입은 빵과 같이하는 식사에서 배경으로 틀은 노래는 G.Donizetti의 사랑의 묘약이었다.


오페라 작품 '사랑의 묘약'은 2막으로 구성된 곡으로 1832년 5월 12일 밀라노 가노삐아나 극장에서 초연되었고 스크리브(Eugene Scribe)의 희극 '미약 (Le Philtre, 프랑스어)'을 로마니가 각색한 것이다.

작품의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는데 한 마을에 사는 네몰리노라는 청년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디나를 짝사랑 하지만 제대로 구애한 번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현대판 다단계? 판매를 하고 있는 약장수 둘카마라가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엉터리 약을 그럴듯하게 선전하는데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거금을 들여 속아서 사 마신 청년 네몰리노는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져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아디나와 만나서도 전처럼 수줍어하지 않고 자신 있게 대한다. 아디나는 그의 대담한 행동에 매우 자존심이 상해 요즘 남녀처럼 네몰리노에 대한 밀당의 기술을 발휘하여 전부터 자신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벨코레 병장과 결혼을 약속한다.

한편 숙취해소를 한 네몰리노는 둘카마라에게 약을 한 병 더 사려고 하나 돈이 없어 벨코레의 꾐에 빠져 군에 입대할 결심을 한다. 이 와중에 네몰리노의 숙부님이 돌아가시어 그에게 막대한 유산이 돌아오게 되었다고 네모리노만 이 사실을 모른 채 마을에 소문이 나고 마을 아가씨들이 네몰리노에게 열심히 들이대자 그는 약이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착각한다.

아가씨들과 어울리는 그를 보고 염려스러운 아디나는 둘카마라와 이 문제를 상의하는데 그는 네몰리노가 '사랑의 묘약'을 사기 위해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다고 알려준다. 네몰리노의 자기에 대한 사랑의 진심을 알게 된다.

둘카마라는 그녀에게도 '사랑의 묘약'을 팔려고 하나 아디나는 사랑을 스스로 쟁취하겠다며 거절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네몰리노는 노래를 한곡 부르는데 그 곡이 바로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이다.

이때 아디나가 나타나 네몰리노의 입대 계약서를 돈과 함께 되돌려 주고 이곳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하면서 차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자기 입으로는 꺼내지 못한다. 사랑받지 못한다면 군인이 되어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는 네몰리노를 보며 더 이상 참지 못한 아디나는 가슴이 시키는 불타는 마음을 고백하고 벨코레에게 네몰리노를 남편으로 삼겠다고 말한다. 벨코레는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다른 사랑을 찾기로 하고 둘카마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멀리 사라져 간다.


아침식사 중에 느닷없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이야기를 한 이유는 네몰리노와 아디나의 사랑의 결실 그 사이에 있는 사랑의 묘약이 바로 우리가 발레와의 사랑에 성공하는데 필요한 이야기와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발레는 현재의 신체가 온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 지속성을 가지고 유지되고 있음을 더 깊게 인지할 수 있는 춤이자 또 다른 의지이다' 이것이 글 쓰는 발레리노가 정의한 아이디어이다.

사랑의 묘약 = 발레

네몰리노의 주저하는 행동 = 발레의 신체 왜곡 (턴아웃) 이 되지 않는 현재의 신체

사랑의 묘약 없이 아디나의 사랑을 얻는 마음과 주동적인 행동 = Attitude  

발레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신체를 기형적으로 만드는 신에게 몸을 사용해 반대하는 행위라고도 표현한다. 그만큼 고도로 훈련된 발레 무용수의 몸은 일반적인 신체와 상대적으로 더 왜곡되는 동시에 아름다워 보인다. 골격 회전 가용범위를 넓히고 근육을 기존 상태보다 이완하기 위해 무용수들은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고 훈련을 이어간다. 무용 사회의 구성원들, 이를 지켜보는 평론, 발레를 향유하고자 하는 많은 담론은 위에서 언급된 신체 왜곡을 통한 아름다움을 미적 기준으로 삼아 이와 부합되지 않는 (기준 미달의) 신체는 발레 무용수로서 기능이 좋지 못한 또는 자질이 없다고 정의한다.


이러한 담론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레 무용수로서의 몸을 얻으려는 시도는 아디나의 마음을 쟁취하려는 것과 같다. 개인의 훈련만으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발레의 신체는 네몰리노의 사랑에 대한 갈망과 아디나 앞에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 그의 말일 수 있으며 거울 앞에 비친 자신의 모습의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찾는 화려한 레오타드와 스커트, 보다 쾌적하고 좋은 분위기의 스튜디오, 그룹의 분위기, 식단과 트레이닝 장비의 보다 높은 비용을 투자하는 무용수의 모습은 사랑의 묘약을 구입해 들이키는 모습과 비교될 수 있겠다.


사실 사랑의 묘약(포도주)의 기운에 당당해진 네몰리노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아디나의 사랑을 쟁취할 수도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사랑의 묘약이라는 외부의 요소를 배재하고도 언제든지 자기 주동적으로 사랑을 얻어낼 수 있는가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내가 실제로 얼마나 아디나라는 이름의 발레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고전 발레의 방법론과 신체 왜곡(일상의 신체와 다른 발레의 몸)의 일반화를 강조하는 몸을 기준으로 무용수의 신체를 관찰할 때 발레 동작, 신체상태(자세유지)가 유지되지 않는 것, 즉 발레를 하지 않는 일상(기존)의 신체에 머무는 경우는 사랑의 묘약을 마시기 전 네몰리노의 모습과 비교된다. 이것은 발레의 신체 기준 미달의 몸이 아니라 일상에 유용한 신체 상태를 오랜 세월 내 '의지'를 통해 최적화하여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아디나를 만나기 전 오랜 시간 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가짐과 생활패턴의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스스로 프로그래밍한 것처럼 말이다.


(상대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발레의 걸음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직립보행의 형태는 무릎의 방향을 진행하는 쪽으로 하는 Turn-in자세가 발레의 Turn-out 자세보다 훨씬 실용성이 있기에 골반이 닫혀 있는 것)
그렇기에 발레의 신체 왜곡을 시도하면서 발레 자세가 뜻대로(기존 발레 양식에 부합) 행하여지지 않을 때 상실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온전한 개인의 의지로 자신의 신체를 프로그래밍하여 컨트롤하고 있었음을 더 깊게 인지하고 나아가 특정 신체의 '형'에 대한 유지는 1차적으로 '정신'으로 조율되고 '행'하여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큰 유산의 상속자인 사실을 모르고 동네 아가씨들이 큰 호기심을 보일 때 사랑의 묘약이 진짜 효과가 있는 줄 알고 포도주에 취했던 것과 같이 당당한 네몰리노의 행동은 결국 그의 '정신'이 가능케 한 것이다.


그렇기에 고전발레가 요구하는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들은 신체 왜곡행위를 중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발레가 나의 의지에 얼마나 결부되는가를 목적으로 할 때 얼마든지 '나'가 주최가 되어 발레의 신체 자세와 움직임들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아디나에 대한 사랑이 나의 의지에 얼마나 결부되는가를 목적으로 할 때 얼마든지 나의 의지가 사랑의 묘약이 되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발레 안에서 나의 '의지'는 발레의 Attitude로 인해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발레에서 Attitude는 하나의 동작을 의미한다. 이 자세를 완벽하게 재현한 발레의 신체는 사랑의 결실을 이룬 두 남녀의 사랑의 결과이다. 하지만 사회학 ·심리학 ·사회심리학에서는  Attitude를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기본적 개념의 하나로 쓰이며 ‘어떤 대상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외적 표현’, 즉 각종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판단이나 사고가 일관된 일정의 반응 경향을 가리키는 것을 의미한다.

발레 안에서 외형의 Attitude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향의 Attitude, 즉 자신의 '정신'과 '태도'를 먼저 인식하고 완성하였을 때 우리는 사랑의 묘약 없이도 언제든 발레라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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