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다운 날씨, 환기를 시키려 창문을 열어놓고 잠시 잊은 탓에 찬 공기가 가득 고여 콧물이 난다. 휴지로 코를 못 푸는 탓에 화장실을 여러 차례 들락날락거리게 되자 성가심이 짜증을 불러온다. 그제야 생각이 든다. 며칠간 감기로 콧물을 줄줄 흘린 아기의 인내심이 나보다도 더 낫구나.
아이를 덮친 이번 감기는 다행히 고열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고 코만 괴롭히고 있다. 쉬익 쉬익 탁한 소리를 내던 잠자리 숨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맑은 콧물이 줄줄 나서 "코! 코!" 하며 콧물을 닦아달라고 아이는 내게 도움을 청한다. 요 며칠 새 아이는 짜증과 떼쓰기가 늘은 것 같았다. 좋아하는 젤리를 먹어도 그 순간뿐이고 혼자 알아서 노는 시간도 부쩍 줄어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한다. 그런데 새어 나오는 콧물이 코를 막고 윗입술을 적셔 입으로 숨쉬기도 쉽지 않을 아이의 입장을 떠올려보니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했을까 싶다. 그런 열악한 조건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천사 같은 마음씨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게다. 왠지 짠하면서 한편으로는 귀엽다.
얼마 전 '코 묻은 돈'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 표현이 갑자기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주로 어린아이들이 가진 푼 돈을 의미하는 그 표현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졌다. 아직 스스로 콧물도 닦지 못하는 아이들의 존재가 마냥 웃음지게 만들었고, 미성숙한 존재가 경제 활동을 통해 사회로 발을 들여놓는 첫 단계의 매개체로서의 의미가 새삼 왠지 모를 작은 감동처럼 느껴졌다. 오버스러운 감정과 생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려 노력하는 내게 부모가 된 이후 아이들을 향해 생긴 너그러움이 이런 생각의 발로인 것 같다.
내 아이도 언젠가 코 묻은 돈을 쓰러 문방구든 마트든 가게 되겠지. 아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할 수 없지만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그 발걸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