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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의 강력한 존재욕망

뽀빠이 이상용의 버려짐의 경험


다음의 이야기는 이상용 본인의 고백이다.

나는 그의 경험담에 감동을 받았다. 


이상용은 태어나서 죽을 뻔 한 아이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자 아이를 땅에 파묻었다.

땅에 파묻은 아이를 살려낸 사람은 바로 어머니의 동생인 이모였다.

이모가 보기에 아기를 낳은 언니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언니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 언니가 아기를 데리고 산으로 가더란다.

그래서 따라가보니 언니는 땅을 파서 아기를 묻어 버리더란다. 

언니가 떠난 후, 이모가 급히 파묻은 현장으로 가서 아기를 파내어 살렸단다.

이모에 의해 살아나기는 하였지만,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니 크게 상처를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이상용은 걸음마를 여섯 살이 될 때에야 겨우 땠다.

그는 그 이후에도 11살이 되기까지 많은 병을 다 앓았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그 나이에 경험해 보지도 못할 온갖 성인병을 앓았다고 한다.

유아기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마음의 상처는 면역력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삼촌이 아령을 갖다 주면서 권면하기를,


  "그래도 네가 장손인데 건재해야지... 이 아령이라도 해 봐"


하여 아령을 시작했다.

이상용은 어린 나이에 '내가 이렇게 약해도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종일 아령을 했다고 한다. 

그 아령 운동이 계기가 되어 7년 만에 '미스터 충남'이 된다.

1966년도에는 '미스터 고려대학'이 된다. 

고려대학에서 ROTC를 졸업 후, 소위로 입관하여 제일 먼저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 바로, '김신조 토벌' 임무였다.  

군 제대 후에는 외판원을 하다가 TV에 데뷔했다.

그는 어린이 프로 <모이자 노래하자>를 맡아 17년간 진행했다.  

그 프로를 진행하는 중에,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만난다. 

아무 생각 없이 다짜고짜로 


   "병원 가서 고치면 되잖아"


했더니, 어린 환자는 '돈이 없어서 못 고친다'라고 답변했다. 

이상용은 그날 프로그램 진행을 마치고, 그 아이를 데리고 서울대 병원에 가서 1800만 원을 들여 수술을 해 줬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가?"


물으면, 


"내가 산 게 기적이잖아요."


내가 보기에 이상용은 자기가 받은 생명의 기적을 그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동일시가 일어날 때 가능한 것이다. 


모함을 당한 이상용


어느 날, 이상용은 그야말로 황당한 일을 당한다.

턱도 없는 모함을 받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심장병 어린이 돕기 후원금을 모집하여 3억 원을 횡령하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느 신문은 "알고 보니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은 하나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는 기사를 실으며 이상용을 고발하였다.

또 400명의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모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검찰에 고소되어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혐의 없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그런 결과는 신문에 안 난다.


이런 억울한 사태를 파악한 김수환 추기경, 법정스님, 김동길 선생이 위문을 와서 


  "일단 한국을 떠나라"


고 종용하여 한국을 떠나게 된다. 

이상용은 미국행을 선택하였고, 몇 년이 지나서야 그 사태가 그렇게 일어나야만 했던 이유가 밝혀졌다.


정치하는 어른들이 국회의원으로 나오라 제안을 여러 번 했는데,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른이 시키면 해야지!!" 


라며, 말을 안 듣는다고 이상룡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버려진 자의 강력한 존재욕망


유아기에 어머니에 의해 결정적으로 외면당하거나 버려진 자는 그런 억울함이 일생동안 끊임없이 재연된다.

어머니에 의해 버려짐이 그 사람에게는 행동의 패턴이 되고, 삶의 스타일이 된다.


그렇지만 이상용은 어머니의 버림의 의지보다 더 강력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사람이 태어나기도 전에 칼 지브란의 '태어나고자 하는 욕망'으로 부모를 격동시켜 잉태되어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듯이, 아기 이상용은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이모를 격동시켜 어머니의 아기를 파묻는 행위를 보게 했고. 파묻힌 그 아이를 파내어 살아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를 움직이는 힘(일차적 모성몰두)이 있는데, 그때 이상용은 어머니 대신 이모를 움직여 자신을 살려내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강력한 역동인가?

이상용은 유아기에 생명본능이 죽음본능을 이기는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 욕망을 실현한 것이다. 


그 이후의 삶에서, 어머니에 의해 버려짐의 상처가 컸지만,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역동은 더 강력한 것이었다.

그 결과 그는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패턴의 삶을 살아왔지만, 결국 삶이 죽음을 이겼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강력한 존재 욕망으로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고대 신화에 의하면, 이렇게 버려진 아이는 그 시대의 영웅이 된다.

이상용은 이 시대의 영웅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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