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와 여성성 사이, 통과의례의 부재
아프리카에는 여전히 문명화되지 않은 원시 부족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냥과 채취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며, 자연과 깊은 연관을 맺고 살아간다.
특히 사자나 곰과 같은 맹수를 사냥할 때, 많은 부족 식구들이 하나의 무리를 형성하여 협력한다.
사냥하는 날, 이들은 함께 모여 온몸과 얼굴에 전통적인 치장을 한 후, 공동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은 맹수 사냥이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며, 집단의 힘을 결집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냥이 끝난 후, 이들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집단적인 힘을 가진 상태에서 집으로 들어가면 불행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 힘을 풀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미리 정해진 회복의 장소에 가서 한참 동안 머물며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집단의 힘을 폴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야 비로소 집으로 향한다.
사냥할 때는 집단적인 존재로서의 힘을 발휘하지만, 집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개별적인 존재로 돌아가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부족 공동체의 규범과 전통을 반영하며,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여성이 사회적으로 탁월한 남편에 대해 친구와의 SNS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고 한다.
> "우리 남편은 바보야. 내가 시키는 것 밖에 못해."
이 문자를 받은 친구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 "아니, 그런 바보가 어떻게 밖에서는 그렇게 유능하지?"
남편은 외부로 나가는 순간,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나간다. 페르소나는 집단적인 힘을 사용하는 외적 인격이다. 남자는 이 페르소나를 뒤집어써야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있고,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남자들이 밖에서 페르소나를 사용하면서 강력한 집단적 힘을 발휘하다가 집으로 들어갈 때 그 힘을 빼는 '통과의례'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부 간에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편이 외부에서의 역할을 수행한 후,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역할을 전환하는 과정이 없다면,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의 감정과 기대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남자의 사회 활동은 아무리 활기차다 할지라도 죽음 본능에 속한다.
남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남들과 경쟁하고 논쟁하여야 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온갖 방법들을 다 동원한다.
남자가 퇴근할 때가 되면 에너지를 다 소진하여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생명 본능이 충만한 아내가 있다.
밖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온 남편은 집에 들어와서 아내의 생명 에너지의 충전을 받아야 한다.
아내는 이렇게 다 죽어가는 남편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여자는 생명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림'을 잘 산다.
남자는 밖에서 페르소나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집단의 힘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집에 들어올 때는 이 힘을 내려 놓고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문제는 아프리카 원시부족처럼 그런 '통과 의례'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자가 집에 들어오면 사회생활의 연장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받은 스테레스를 아내에게 풀어내거나, 직장에서의 남은 일을 집에까지 가지고 들어와서 처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많은 남편들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전이로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통과의례를 만들어 밖에서의 나와 집안에서의 나를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밖에서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집에 들어오는 순간 '바보'가 되는 것은 외부에서의 집단적 삶을 내려놓고 개별적 존재가 되는 방법이다.
어떤 남성은 퇴근 후 매일 15분간 산책을 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한 후 집에 들어간다.
그래야 남자는 아내와 감정을 교류하면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남자는 밖에서는 페르소나를 사용하여 자신의 사회적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집안에서는 외적인 격인 페르소나를 내려놓고 내적 인격인 여성성과 마주해야 한다.
남자가 자신의 내면 인격인 여성성을 스스로 힘으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자신 안에 여성성을 만나는 보다 직접적인 방법은 아내의 여성성을 직면하는 것이다.
대부분 남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아내의 여성성을 직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