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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 Apr 10. 2023

예능 | 바라던 바다(JTBC, 2021)

잔잔하게 빛났던 음악의 진정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2021년 시청률은 0%대로 초라하게 종영을 했는데, 

2022년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60만명.

2023년 현재 더 이상 새 클립이 올라오지도 않는데, 

구독자 수는 1년새 10만명 이상 증가하여 76만 명을 기록한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프로그램 기본 정보

방송사 : JTBC            

방영 일자 : 2021.06.29 ~ 2021.09.14            

최고 / 최저 시청률 : 1.7% / 0.91%            

출연진 : 윤종신, 이지아, 이동욱, 온유, 김고은, 이수현, 자이로, 김동환            


기획의도:

반복되는 일상,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이 조금은 느리게 흘러가는 곳.

신비하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매일 다른 메뉴로 찾아오는

특별한 [Bar]가 문을 엽니다.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만들어낸 '당일 한정 음식'과

직접 부른 노래들로 가득한 '당일 한정 음악'이

파도와 함께 넘실거리는 곳,


그리고

바다를 지키고 싶은

우리의 바람이 담긴 곳.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며

씨클린(Sea-Clean),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실천하는

단 하나뿐인 바, [바라던Bar다]


유일한 하루를 당신에게 선물할 바로 그 [Bar]가

지금, 영업을 시작합니다.







비긴어게인 제작진이 만든 선한 음악 예능

혹자는 식당, 음악, 자연을 담은 힐링 예능이 지겹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 위로는 늘 필요하고, 좋은 음악은 언제나 위로의 가장 좋은 수단이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품어주는 바다를 품은 힐링 예능, 바라던 바다. 눈물나게 웃기거나 정신놓고 깔깔댈 수 있는 지점은 없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음악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낮은 시청률, 높은 화제성

2021년 방영했던 예능 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예능, <바라던 바다>. 비록 시청률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0%대 시청률로 종영), 개인적으로 2021년 음악 예능 중 가장 큰 매력을 지닌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은 여전히 방송 프로그램의 중요한 성과 지표다. 그러나 프로그램 유통 채널이 다변화된 요즘의 미디어 시장에서는 시청률만으로 프로그램의 성과를 설명할 수는 없다. 시청률과 온라인에서의 화제성, 체감 영향력 등 요소들은 왕왕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던 바다>의 화제성은 성공적이었다.


<바라던 바다>는 방영 당시 화제성 지표 화요 예능 4주 연속 1위를 달성하며,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출연하며 방영 전부터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강한 존재감을 남겼던 김고은과 이동욱의 케미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펜트하우스>의 이지아의 예능적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에서 더욱 빛났던 음악의 진정성

<바라던 바다>는 유튜브 채널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2년 5월 현재 구독자 67만명이다. 유튜브 채널을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알고싶다>, <비긴어게인>, <미스&미스터 트롯> 등 시즌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혹은 장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바라던 바다>의 유튜브 단독 운영은 해당 프로그램의 인기와 영향력을 십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영상 업로드 후 두 달만에 구독자 34만을 달성하고, 현재 6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시청률은 저조했을지라도, 온라인 상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채널의 영상은 총 2억 8천 뷰를 달성했으며, 조회수가 1000만이 넘는 영상은 총 7개로, 이는 시즌제로 진행하는 장수 예능 <비긴어게인> 유튜브 채널보다 2개 많은 수치이다. 노래가 좋아서 듣는 사람이 계속와서 듣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내가 그렇다)


8화의 선우정아가 부른 <도망가자>는 분위기와 연출과 어우러져, 그 자리에 있던 관객과 출연진을 눈물짓게 했다. 음악과 자연 경관이 어우러져 각자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진정한 힐링의 역할을 했던 장면이다. 온유, 수현, 로제가 함께 부른 If I Ain't Got You는 유튜브 영상 조회수 3400만 회를 달성하며, 젊은 뮤지션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색다른 매력있는 음악들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 파급력이 배가 되었는데, 해당 프로그램에서 로제가 커버했던 존 메이어의 곡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은 원곡 가수에게도 언급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빌보드 SNS에서도 언급이 되며 글로벌 파급력을 행사하였다.


프로그램이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4월부터 5월 한달 사이에 약 3만명의 구독자 증가세를 보인 것도 인상 깊다. 바라던 바다가 보여주었던 음악의 진정성은 꺼지지 않는 잔잔한 숯불처럼 사람들의 아직까지 잔잔하게 타고 있을지도.



아름다운 영상미

힐링 예능의 이름에 걸맞게 영상 하나 하나 정성들인 것이 엿보인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부터, 수중 촬영, 푸른 바다, 일몰, 그리고 다각도에서 촬영한 무대 영상까지. 내가 본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극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영상 ASMR로 틀어둘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강력하게 추천!




BUT,

짧은 음악 클립을 반복 재생해서 듣기엔 너무 매력적이지만, 한 편의 장편 예능으로 보았을 때, 개선했으면 했던 부분들은 있었다. 지속가능성, 환경, 음악, 음식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편의 힐링 예능에 담다보니 프로그램의 주제 의식이 흐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힐링 예능으로서 정체성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제들을 내려놓고 한 두 가지에 집중을 했으면 어땠을까.




덜어냈으면 좋았을 것들


1) 포스코 덜어내기

프로그램 시작이 포스코에서 온유와 이지아의 Bar 제작 의뢰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에 이질감을 느꼈다. 프로그램 포문을 연 것이 기획 단계에서 할법한 이야기들이고, 꽤나 구체적이었던 기획 내용을 출연진이 직접 전달하는게 조금은 부담스럽고 불안했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철강 기술력을 어떻게든 홍보해보려고 끼워넣은 top down의 포스코스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시작부터 공들였다고 포스코에서 광고하며 제작한 Bar였지만, 아쉽게도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특히 포항에서의 바는 비바람 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초라해보이기까지 했다.



2) 바다 청소 덜어내기

바다 쓰레기를 청소하러 가는 김고은의 모습이 프로그램 내 녹아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을 무릅쓰며 잠수활동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지점이긴 했다. 다만 혼자 활동한 탓에 타 출연진과의 케미스트리를 형성하지 못했고, 하나의 독립된 코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더불어, 편하게 보는 힐링 예능에 환경 오염을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무의식적으로 편안함을 앗아가고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었다. 




아쉬웠던 출연진 활용법

1) 출연진의 케미스트리

인지도 있는 연예인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들의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는게 아쉽다. <바라던 바다>에서 출연진들은 그 동안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대로 비춰졌고, 서로 조심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초반부의 장면들도 파편화되어 움직여서 출연자들의 전체적인 유대감을 보여줄 기회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을 One team으로 모아줄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줄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고정 세션이자 인지도 있는 뮤지션들의 분량이 너무 적기도 했다. 자이로와 정동환을 그림자처럼 활용한 것도 아쉬웠다. 또, 배우 출연진들의 낮은 활용도도 아쉽다.



2) 소홀히 되었던 관객 이야기

소수의 관객을 초청하여 바에 모신 만큼, 조금 더 대접을 해주었으면 보기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관객의 서사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면 <비긴어게인>의 버스킹 관객처럼 음악 감상자로써 출연을 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들의 (꽤 뻔해보이는)사연을 한 두줄로 짤막하게 읽고 넘어가는 장면들은 불필요하지 않았을까..?







데이터로 읽어보는 <바라던 바다>

1) K-힐링 예능 <바라던 바다>는 사실 글로벌했다

약 25만개의 댓글 중 26%만이 한글 댓글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어 댓글이다. 국내 로케, 한국 노래 위주의 힐링 프로그램의 해외 시청자층이 많다는 것이 꽤 의외인 결과였다. 추정컨데, 샤이니 온유와 블랙핑크 로제의 글로벌 팬덤층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K-pop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데이터다.



2) 넘사벽의 아이돌 파워

출연진 로제는 앞 회차에 짧게 출연만 했던 '알바생'이었으나, 유튜브 댓글 통틀어 가장 언급 빈도수가 높은 출연자다. 가장 적은 회차에 출연하고도 화제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압도적이다. 그러나 한글 워드클라우드에서 그녀의 이름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의 언급에는 해외 팬들의 비중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단 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온유는 국내외 댓글 모두 언급 빈도가 높았던 출연자다. <바라던 바다>의 메인 싱어였기에 그의 언급량이 높은 것은 언뜻 당연해보이지만, 비슷한 비중으로 노래를 했던 악뮤 수현와 비교해 보았을 때, 3배가량 높은 것을 보아 역시 샤이니 팬덤의 영향력이 컸던 것이 아닐까.


댓글만 보면 온유에 의한 프로그램인 것처럼 보이는데, 유튜브 댓글은 출연진의 프로그램 영향력보다는 열혈 팬덤층에 의해 좌우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댓글만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결론을 섣불리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예능이 해외 진출을 하고 싶을 때, 글로벌 K-pop아이돌을 약간 끼워넣으면 굉장히 훌륭한 글로벌 진출 전략이 되겠다.



* 댓글의 중립 비율이 높은 이유는 출연자들의 이름을 부르거나, 이모티콘 등의 표현들은 중립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보고싶다면

<바라던 바다> 데이터 대시보드 바로가기







Outro.

2021년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예능이었다. 여전히 나는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바라던 바다를 듣는다. 가볍고 청량하지만 깊은 감성을 지닌 보컬들이 참 소중하다고 느낀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두고 두고 틀어두게 되는 <바라던 바다>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계속 계속 나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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