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수성(創業守成)
2023년 6월 8일(목) 리더 이종창의 기록.
샌디플로어가 예비창업팀에서 법인사업자로 전환되었다.
정식으로는 샌디플로어 법인 설립일자는 6월 1일, 개시일자는 6월 8일이다.
법인(法人)이란, '법이 만든 인간으로 자연인 이외 법률이 인정한 단체나 독립체'라는 것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법인 작업에 필요한 각종 서류들을 쓰는 일, 자본금을 모으는 일, 주식을 나누는 일, 정관을 작성하는 일, 이사회를 개최하는 일까지 처음 하는 일들을 실수 없이 해내고자 차근차근 밟고 있는데 법인이 하나 설립되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샌디플로어가 주식회사 샌디플로어로서 첫 발걸음을 떼었다. 기록을 남기면서 이제 시작이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과 함께 당차게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시작이다.
시작은 색다른 두근거림을 안겨준다. 이제는 예비창업자가 아니라 어엿한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믿고 함께하는 모든 팀원들이 함께 잘 될 수 있는 고민들을 해나가야 한다.
법인 설립 후에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으며, 어떤 선택이 우리의 어떤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
2023년 6월 21일(수) 리더 이종창의 기록.
Steam에 올려 둔 우리 게임을 보고 KRAFTON에서 미팅 요청을 주셨다.
사실 Deep 하게 다룬 이야기는 크게 없지만, 게임 업계의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에서 우리 게임을 봐주고 우리 같은 조그마한 회사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부분에서 큰 위안과 감사함을 얻었던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게임을 개발하면서 이렇게 개발하는 게 맞나? 이걸 계속 개발하는 게 맞나? 더 나은 것은 없을까?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면서 마음속에 사직서를 가지고 있듯 계속하고 싶은 마음 절반, 드롭하고 싶은 마음 절반을 가지며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러한 마음 때문일까, 상대측에서는 수많은 기업 중 한 곳이 궁금해서 그냥 한 시간짜리 미팅을 요청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우리 같은 조직에게는 이러한 사소한 이벤트가 큰 이벤트 포인트로 작용해서 '그래도 우리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작은 위안을 얻게 된다.
너무나도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시고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궁금해하셔서 우리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현재 상태에서 어떤 도움들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4년 6월 상황에서 스포일러를 하자면 여전히 좋은 감정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곳이다.
2023년 6월 23일(금) 프로그래머 현명한의 기록.
프로그래머로 지우님이 합류하게 되었다.
언제서부턴가 회사에 좋은 일이 있거나 손님이 오셔서 식사를 대접해야 하거나 그냥 멤버들끼리 고기를 먹고 싶을 때 판교에 터를 잡은 후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되어서 배달 삼겹살을 자주 시켜 먹게 되었다. 얼마나 자주 시켜 먹었으면 우리는 이 메뉴를 샌디플로어의 공식 정식인 '샌디 정식'(네이밍 규칙은 이상균 소설가님의 퍼펙트 버거를 참고)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샌디 정식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종창님이 쫄면을 이렇게나 좋아하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종창님이 포함된 샌디 정식에는 쫄면 사이즈업을 반드시 하게 되었어요.
리더 이종창의 기록.
부끄럽습니다.
2023년 6월 27일(화) 아티스트 이서연의 기록.
우리 사무실에는 복층으로 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오랜만에 철야하게 되어서 여기서 잠을 자게 되었다. 아무래도 낯선 곳이라서 빈백에서 어색하게 누워서 자니까 너무 불편했었고, 사방이 트인 곳이라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잠에서 깨는 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근데 지금은 땅바닥에서 담요 하나만 깔고 자도 푹 자버리는 게 함정.
프로그래머 현명한의 기록.
지금은 집보다 편해요.
2023년 7월 5일(수) 리더 이종창의 기록.
내 자리에는 항상 노트가 있다. 잠깐 자리를 비울 일이 있었는데 우리 멤버들이 심심했는지 내 노트에다가 낙서를 해두었다. 근데 너무 귀여워서 한 컷 캡처해 봤다.
2023년 7월 12일(수) 리더 이종창의 기록.
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를 담은 <배민다움> 책을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볼륨이 커지면서 인원을 점점 충원하게 되었다. '샌디플로어로서 지켜야 할 기업 및 조직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동창업자 4명이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체득하고 있는 무형의 합의와 가치를 글로써 정리해야 할 필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지난 <유난한 도전> 책에 이어 앵커 기업의 브랜딩 책을 읽게 되었다.
배민다움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기업 문화', '내부 직원들이 자기 회사를 마음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단락에서 큰 공감이 있었다. 여러 게임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부분은 조직이 커지면 커져갈수록 내가 관여하고 있는 부분의 양이 비율적으로 줄어드는 게 체감적으로 느껴져 담당했던 게임의 Ownership을 가지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는 부분이다.(이렇게 작성하면서도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라고 표현해야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연스럽게 '담당했던 게임'이라고 초고를 적은 것을 보니 어떤 마음가짐으로 게임 개발 일을 대하고 있었는지 한 번 더 되새긴 포인트이다.)
개발 스튜디오를 확대해 나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멤버들이 정말 우리 게임을 진정성 있게 만들고 있는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Co-founder만큼의 Ownership을 가지기란 굉장히 어려운 말이지만 적절한 임파워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소스를 충분히 제공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논의가 수반되었을 때 기대 이상의 Ownership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핵심 가치인 '내가 해야겠다 싶으면 한다.'라는 문장을 정하게 되었는데, 이 문장의 대목은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의 일부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
회사(會社)는 또 하나의 사회(社會)입니다.
물론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잘하고, 개발자는 개발을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고,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그 회사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업무를 넘어서 참여하고 봉사하고 헌신해 건강하고 강한 공동체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2023년 7월 13일(목) 리더 이종창의 기록.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우리 회사의 첫 번째 비품이 생겼다.
각자 가지고 있는 맥북에 아이패드 사이드카 기능을 연결해 가지고 그 조그마한 13인치 화면을 보면서 7개월이나 일했었는데 드디어 의자에 기대서 큰 화면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거북목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 이서연의 기록.
사무실이 통유리여가지고 우리 기분이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날 비가 와서 기분이 조금 꿀꿀한 찰나에 모니터 보고 신나서 조립했었죠. 우리가 이런 멋진 모니터를 써도 될까요?? 그래픽 업무 효율이 55390%나 올라갔어요 야호!
리더 이종창의 기록.
ㅋㅋㅋㅋㅋ
2023년 7월 16일(일) 리더 이종창의 기록.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제자 수정이가 팬아트를 그려줬다.
너무 귀엽게 잘 그려주기도 했고, GREAT TOY SHOWDOWN의 첫 번째 팬아트 영광을 얻었다.
외국에서도 살다 온 친구여서 그런지 미국 젊은이의 Slang도 인상적.
조금만 더 크면 우리 게임의 개발일지를 4컷 만화 외주를 맡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 이서연의 기록.
모르는 누군가가 우리를 응원해 준다는 사실에는 항상 큰 감동이 따르는 것 같아요. 조금 뭉클했어요.
2023년 7월 22일(토) 아티스트 이서연의 기록.
온라인 전시회지만, 네오위즈에서 진행하는 방구석 인디게임쇼 2023이라는 곳에 우리가 선정이 되어서 우리의 데모 버전을 공개하게 되었다. 항상 더더더 좋은 버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아직 게임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드디어 우리가 만든 게임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리더 이종창의 기록.
이번 방구석 인디게임쇼 2023을 통해서 버추얼 유튜버이신 유봄냥님께서 저희 게임을 플레이해 주시고 스트리밍으로 송출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감사한 마음에 또 시청자 참여 콘텐츠로 하셨으면 하는 선의의 마음으로 인원수를 늘리는 서버 변경을 무리하게 시도해 봤는데, 아쉽게도 에러가 나서 우리 엔지니어들이 엄청 엄청 고생했어요.
다음에는 더 꼼꼼히 사전 준비를 하고 할 수 있는 일만 벌려봐야 할 것 같아요. 감사의 마음으로 GREAT TOY SHOWDOWN 오픈하면 유봄냥님께서는 첫 번째 광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휘향찬란한 판교의 밤을 기록하며,
Episode 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