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창 Jun 20. 2023

EP.03 숨을 고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자

신종여시 (愼終如始)

합정 크레이지카츠의 반반정식




- 1 -

2022년 11월 21일(화)의 기록.


예비창업팀의 마지막 멤버, 서연님의 합류를 설득했던 날.

서연님은 예비창업팀에 합류한 명한님과 함께 이미 작은 팀에서 합을 맞춰 봤던 팀원이었고, 소규모 팀에서 서포트의 역할을 굉장히 잘 해내주었던 터라 우리 팀에 서연님이 꼭 필요했던 상황에서 합정에 있는 돈가스 집을 찾아 돈가스챗(?)을 나눴다.


세세하진 않았지만,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전부터 서연님과 창업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셨던 터라 가감 없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현시점에서 서연님이 가장 걱정하고, 망설이는 부분이 무엇인지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서연님이 한 마디를 던지셨다.


  "대학교 동아리처럼 하듯이 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이 문장을 듣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예비창업팀 멤버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트를 잘 잃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이다 보니,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마주하는 태도나 모습들이 때로는 조금은 가벼워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까보다는 조금 진지하게 다시 한번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되짚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 우리는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 왜 이 타이밍에 우리가 창업을 해야 하는지

-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무엇인지

- 우리가 일하고 싶은 방식은 무엇인지

- 우리가 예비창업팀(더 나아가 회사의 형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밖의 많은 아젠다들에 대한 나와 명한님의 생각을 정리하여 이야기했다.


다 먹고 일어날 때쯤 서연님이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을 승낙했고,

이로써, 4명의 예비창업팀 멤버가 모두 결성되었다.




공유 오피스 입주를 위한 문의 전화들




- 2 -

2022년 11월 23일(수)의 기록.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었더라도, 게임 개발 초기 과정에는 얼굴을 맞대로 협업하는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보니, 함께 논의하여 '사무실 출근과 기본적인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잡았다.


12월에 입주해야 할 예비창업팀 사무실 마련을 위해 임대사무실, 쉐어오피스, 공유오피스 등등 며칠 간 정말 열심히 발품을 다닌 것 같다.

전화 통화보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같은 텍스트가 훨씬 편한 '경미한 콜 포비아(Call-phobia; 전화 공포증)'가 있는 사람으로서, 하루종일 어찌나 진땀을 뺐는지 모르겠다. 이 날 통화를 주고받은 횟수는 아마도 지난 1년 동안의 누군가와 통화 횟수를 한참 뛰어넘을 거다.




앞으로 6개월을 함께할 가산 소재의 사무실




- 3 -

2022년 11월 24일(목)의 기록.


가산 소재의 사무실로 결정하였다.

예비창업팀 4명의 거주지가 정말 제각각이라 오피스 위치를 결정하는 것부터 힘들었다.


4명이 쓰는 공간에 예산도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굳이 넓은 공간을 임대하는 게 부담이었는데 시원한 통유리와 채광량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아주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계약하게 되었다.

팀이 어떻게 커질지 몰라 유동성을 고려하여 일단은 6개월간 단기 계약을 하였다.

앞으로의 개발/생존일지에 여기를 배경으로 하는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맺었다 하더라도, '창업'이라는 단어가 체감이 잘 안 되었는데 임대 계약서를 작성하는 순간 우리가 진짜 시작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전전 회사 분들과 재회,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




- 4 -

2022년 11월 25일(금)의 기록.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판교 소재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만났다. 이들은 내 퇴사 전날의 저녁 식사도 함께 해준 분들이다. 이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모임을 가질 때마다 무언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좋은 건 대화의 전부가 그간 살았던 이야기들로 채워지지도 않으며, 너무 진지한 생각들을 주고받아 머리가 아플 정도의 대화들로 채워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진지한 듯 위트 있고, 적절한 리액션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만남의 시점이 '퇴사', '창업 직전'이라 그런지, 이야기의 마지막은 나이에 비해 매번 새롭고 큰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해 치켜세워주시는 내용으로 끝이 나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말을 들은 만큼 자랑스럽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나와 함께 2년 6개월 동안 협업하고 이야기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있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다. 또, 자칫 지쳐 있을 때 언제까지나 나를 응원해 줄 것이라는 의지를 새롭게 다지게 되었다.


이렇게 언제든 만나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계담다의 숯불닭볶음(계담닭)이라는 독특한 창작 닭요리




- 5 -

2022년 11월 29일(화)의 기록.


기분 좋은 날엔 음식이 함께 해야한다.

음식점에만 가면 어디서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을 찾고, 카페에만 가면 그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를 시켜야 적성에 풀리는 사람으로서, 이번에도 흔히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숯불닭볶음을 선정하게 되었다.


첫 출근 날짜를, 2022년 12월 12일(월)로 정했다.

앞으로 2주. 계획되어 있는 남은 할 일들을 모두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자.




예비창업팀의 아티스트 민서 님과 전 직장 동료 분의 투컷.





예비창업팀 'SANDY FLOOR'가 제작하고 있는 게임을 소개합니다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2319940/GREAT_TOY_SHOWDOWN/

매거진의 이전글 EP.02 눈 딱 감고 1년만 해보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