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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5 첫 회의, 첫 컨셉, 첫 결과물

자금위시 (自今爲始)

by 이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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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일(월) 아티스트 조민서의 기록.


우리 게임의 러프한 캐릭터 컨셉을 잡고 팀원들과 함께 논의했다. 우선 총 3가지의 방향성이 있는데,

1번째 컨셉은, 리소스 교체하기 편하고 내가 작업하기에 용이한 방향으로 잡아봤고,

2번째 컨셉은, 베리에이션 작업하기에는 조금 까다롭지만 캐릭터의 개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잡아봤고,

3번째 컨셉은, 귀여운 것 중에서도 내가 잘 그리지 않는 스타일을 도전적으로 시도해 봤다.


1) 상의, 하의, 신발, 모자 등 옷을 입힐 수 있는 스킨 비즈니스 모델을 감안해서 너무 가분수 형태를 지양하고 기본적인 캐릭터의 비율 살려서 작업을 하자는 의견과 2) 유쾌한 메시지를 던지는 디자인 기본 프린시플(Principle)에 맞춰 논의해 본 결과, 최종적으로는 2번 컨셉이 선정되어 디벨롭되고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캐릭터를 창작하고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외부의 입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고민하며 제작을 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에 몰두했던 것 같다. 대중적인 키티와 같은 이미지와는 다른 형태의 귀여움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작업물 중 하나이다.


꼭 우리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인형으로 제작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판매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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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6일(금) 리더 이종창의 기록.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플레이어들을 노리고 기존 아이디어를 잘 갈고닦을 것인가?

새해를 맞이하여, 첫 번째 프로토타입 V0.1을 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둥글둥글한 키워드지만 이때 나눴던 내용을 정리하자면,

- 등수가 몇 등이든 간에 아쉬움을 제공하고 한 판만 더해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을 갖출 것

- 스트리밍, 방송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리액션하기 용이한 디자인을 갖출 것

- 맵의 형태가 계속해서 가변적으로 변경하여 플레이어가 특정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고 매 판 가벼운 전략들을 짤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것

- 적극적인 공격으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 더욱 높은 이점을 제공할 것

- 스팀 플레이어들을 타겟으로 하는 만큼 게임성이 너무 가볍지 않을 것


이때 정리된 대들보는 오늘날까지 대부분 잘 이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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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2일(목) 아티스트 조민서의 기록.


스파인을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총을 들고 쏠 지 연구했었다.

첫 번째 스파인 제작이었는데, 생각보다 스파인이 쉬웠다.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재미가 있네. 뼈 심는 게 되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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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4일(토) 프로그래머 현명한의 기록.


첫 번째로 게임 전반적인 뷰를 체크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흔들리는 나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추가되지 않았지만..

민서님의 첫 번째 스파인 작업이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 있게 작업하셔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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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7일(화) 리더 이종창의 기록.


첫 번째 빌드를 플레이하고, 추가 수정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시 손이 비어 읽고 싶었던 토스의 <유난한 도전> 책을 읽게 되었다.

<유난한 도전> 책을 읽다가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던 시기를 회고한 단락이 있는데, "속도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다른 중요한 일들을 미뤄두었던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이 장애를 낳았다. 지금까지 빠른 속도는 토스의 경쟁력이었지만, 이제 그 이면을 직시해야 할 때였다."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


내가 몸 담았던 이전 조직에서도 토스와 같이 속도가 최우선 가치였는데, '속도'와 '완벽함'이 두 가지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매우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양 끝단에 있는 이 두 가지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속성을 어느 비중으로 얼마큼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빠른 속도와 완벽함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유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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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0일(금)의 기획자 이서연의 기록.


민서님이 회사에 가져온 필름 카메라로 우리 팀 첫 사진을 찍었다.

내일부터 설날 시작되는데, 이렇게 사진 찍으니 명절 가족사진 같다는 느낌이 드네.

점점 인원이 늘어날 테니,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의 기록을 계속 남겨야겠다. 나중에 사진 이어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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