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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Mar 03.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41

전화가 오다

미국에서 해고 통지서는 pink slip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해고 통지서가 분홍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0년 교사자격증을 막 취득하고 내가 지원하고 싶은 교육국(교육청)에 지원서를 냈다. 인사 담당자는 나에게 고용과 관련하여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지난 2년간 해고된 교사가 700명인데 이들이 먼저 재고용이 된 이후에야 나에게 인터뷰 차례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던 미국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해고와 임금 삭감 조치가 진행 중이었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교사들이 핑크슬립을 받고 해고되었고 그중 상당수는 기간제 교사로 전환되어 일을 해야 했다. 


이 해고된 700명이 모두 재고용이 되어 나에게 까지 차례가 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 기간이 길다는 것 외에는. 생각한 것보다 더 긴 시간을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당시 나는 중/고등학교 한국어교사 자격증과 초등교사 자격증을 둘 다 취득한 상태였는데 그 인사 담당자는 중/고등학교 교사로만 지원하는 나에게 초등교사도 함께 지원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사실 한국에서 초등학교교사를 하다가 온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었지만 왠지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그 결정을 망설이고 있던 차였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초등학교 교사도 지원을 했는데 만약 이 사람이 그 조언을 내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훨씬 더 힘든 이민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사 담당자가 인터뷰를 제안받기 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신기하게도 서류를 접수하고 4일째 되던 날 이른 아침 일찍 한 학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전화였다. 


‘700명 재고용이 벌써 끝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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